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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밸리 24時] 지식혁명을 향한 꿈과 도전

[벤처 밸리 24時] 지식혁명을 향한 꿈과 도전

철학책은 어렵고 만화책은 쉽다고 말한다. 또 예술 분야 책은 지루하지만 부자가 되는 법을 다른 책은 그런대로 읽을만 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시중 서점의 베스트셀러 차트를 보면 꼭 어려운 게 어려운 것만은 아닌 듯하다. 에버랜드 같은 놀이공원도 지루해 하는 요즘 사람들이 소백산 산기슭에 자리잡은 부석사 무량수전을 이야기하고, 국어사전을 뒤적여도 뜻을 알기 어려운 배흘림 기둥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또 ‘시인을 찾아서’라는 책은 어떤가. 향수처럼 우아하게 혀끝에 구르는 포엠(poem)이란 단어도 이젠 유행을 비껴선 듯한데 시(詩)라는 고색창연한 단어가 새삼스레 인구에 화자되는 것은 또 뭘까?

이는 얼마 전부터 도서 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과시중인 모 방송국의 오락프로그램 덕분이다. 책을 읽지 않는 ‘책맹사회’를 타파하자며 매월 좋은 책 한 권을 선정해 독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있는 듯하다.

먼저 장점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양질의 도서를 집중적으로 알려 독서의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그 수많은 양질의 도서 중에서 단 한 권만을 선택함으로써 도서 선택 기준의 시시비비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단지 한 권의 도서에만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켜 도서 시장 자체는 커지지 않았는데 커져 보이는 거품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또 미국에서 두 번째로 존경받는 여성이라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도 아니고 단지 개그맨 몇 명이 나와 호들갑 떨며 진행한다는 것도 호감을 갖지 못할 이유인 듯하다.

하지만 서점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오락프로그램에서 책을 소개하든 주말연속극에서 책을 소개하든 그리 나쁘지는 않다.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말도 있지만 달콤한 오렌지 맛이 나는 애들 기침약이라 해서 감기를 못 잡는 건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요는 하얀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고양이만 잘 잡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예스24’가 인터넷상에 처음으로 서점을 차린 지난 3년 전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어디 가서 ‘저가 예스24 사장입니다’라고 하면 ‘아, 그 국내 최대의 인터넷서점이요’하고 반색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전자상거래가 초창기였고 또 복마전 같은 도서 유통시장의 ABC도 모르던 10여 명의 젊은 직원들과 서점을 차렸기에 주위에선 ‘저들이 과연 책이란 걸 알기는 하는 걸까’ 라는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루종일 도서정보를 입력하고 고객의 주문과 문의전화를 받고 책을 사러 시내를 누비다 돌아와 파김치가 된 몸으로 종이에 책을 포장해 배송 차량에 실으면 밤늦은 하루 일과가 끝나던 그런 시절이었다.

게다가 서점업에 뛰어든 것을 수시로 후회하게 만들던 것은 원활치 않은 도서 수급이었다. 아마도 그 무렵 보수적인 출판계의 시각으로는 기존 유통시장과 다른 새로운 유통 채널인 인터넷서점이 꼭 이단아 같은 모습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유통마진과 판관비를 줄인 이익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으로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우리와는 책은 문화상품이기에 정가 판매를 해야 한다는 기존 출판계의 논리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서점은 어음을 끊어주고도 쉽게 살 수 있는 책을 인터넷서점은 현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수시로 반복되어 아침이면 가방을 메고 전날 밤 주문이 들어온 책을 구하러 나가는 직원들의 뒷모습을 무겁게 바라보곤 했다.

그게 바로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예스24는 전자상거래의 선도기업은 물론 오프라인을 포함해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출판 유통의 5대 메이저 업체의 하나이다.

인터넷서점의 4대 경쟁력 요소인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 브랜드의 신뢰도, 양질의 도서정보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최첨단 도서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 몇 명의 개그맨들이 독서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면 도서 유통시장의 ABC도 모르던 그 때 그 시절의 젊은이들은 이제 우리 나라 도서 유통 시장의 개혁을 선도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가 책맹사회라면 지난 3년간 예스24를 거쳐간 1,000억원이 휠씬 넘는 규모의 책들은 이 세상 얼마나 많은 책맹들을 타파했겠는가. 방송에서 개그맨들이 책을 소개하는 정도가 파격이라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인터넷서점 예스24는 하나의 지식 혁명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강인 예스24 CEO

입력시간 2002/05/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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