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알고보면 귀여운 여자에요 - 신은경

로맨틱 코미디영화 '좋은 사람~'주연 맡으며 중성 이미지 탈피

영화 ‘조폭마누라’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신은경(29)이 귀여운 단발머리의 상큼한 숙녀로 나타났다. 겨울연가 배용준의 ‘바람머리’ 같으면서도 보다 길게 내려온 머리는 그녀의 차분한 옷차림과 어우러져 여성스런 이미지를 폴폴 묻어나게 한다.

어린아이처럼 뽀얗고 하얀 피부는 손끝으로 느껴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드라마 ‘종합병원’부터 최근작 ‘조폭마누라’ ‘이것이 법이다’까지 중성적인 이미지로 부각돼온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감독 모지은, 제작 영화세상)’의 주연을 맡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만들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고 한다.

“얼마 전 피부과에 가서 박피수술을 받았어요. 처음엔 의사선생님도 말리더구요. 제 피부가 박피를 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저도 원래 피부가 고운 편이라 제 인생에서 피부과 수술을 받게 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어요. 하지만 명색이 로맨틱 코미디의 주연 배우인데 하는 마음에 욕심을 냈어요.”


앞이빨 교정한 뒤 어려보인대요

그녀에게 깜찍한 변신을 화두로 던졌더니 얘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외모에 관한 욕심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그녀는 천상 여자다. 더 나아가 그녀가 살짝 알려준 변신의 포인트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그녀가 치아 성형을 했단다.

단순한 교정이 아니라 앞 치아 두 개를 토끼처럼 크게 만들었다. 그 치아 두 개는 그녀의 전체적인 인상을 상당히 귀엽게 변화시켜준 것 같다. 그녀는 덕분에 요즘 “어려보인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며 두 달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흡족해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가 이토록 외모에 정성을 기울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조폭마누라로 사람들에게 심어진 ‘이보다 더 무서울 수 없는 여자상’을 단숨에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사실 조폭마누라가 끝난 후 여기저기서 꽤 많은 출연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작품도 선뜻 선택할 수가 없었다. 들어오는 작품들 대부분이 선이 굵은 연기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전 영화에 대한 취향이 굉장히 대중에 가까워요. 눈에 힘주고 보는 영화보다 보송보송한 느낌이 나는 가볍고 발랄한 영화가 좋아요. 그래서 ‘좋은 사람…’의 시나리오를 받고 딱 제 영화다 생각했어요.”

신은경은 이 영화에서 현대판 사랑의 전령사인 결혼정보 회사 커플 매니저 ‘효진’역을 맡았다. 커플 성공 확률 95%를 자랑하는 초강력 커플 매니저이지만 정작 자신의 머리는 못 깎는 노처녀다.

연락이 끊겨버린 옛 남자 친구의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며 자신의 외로움을 감추는 불쌍한 아가씨. 그녀가 자신이 연결해줘야 할 고객 현수(정준호 분)를 만나면서 뒤늦게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섬세한 연기에 도전한다.

이 영화는 극의 흐름상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평소 여느 배우들처럼 이렇게 차분히 앉아 차 마시는 정적인 연기가 꿈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님을 곧 깨닫게 됐다.

이런 연기일수록 상대 배우와 교감을 나누며 촬영 분위기를 띄우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성격이 급해 큐 싸인이 떨어지면 바로 감정을 확 쏟아내게 된다. 연기에 대한 감정이란 것도 여러 번 반복되면 닳는 것이라서 그녀는 늘 ‘아! 첫번째가 더 좋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역시 프로다. 스스로 일에 몰입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자신의 연기 뿐 아니라 동료들의 배역까지 꼼꼼히 분석하고 도움을 준다. 본인의 대사가 적은 날이라도 다 함께 대본 연습을 맞추는 자리에 빠지는 적이 없다.

빡빡한 스케줄에도 후배들과 저녁을 같이 먹는 등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려고 하는 노력하는 모습도 남다르다. “잘해서 열심히 하는 건지, 열심히 해서 잘하는 건지….” 신은경에 대한 안동규 영화세상 대표의 평가가 의미심장하다.


아역배우 출신, 연기생활 13년째

1989년 ‘구로 아리랑’의 아역 배우로 출발, 올해로 연기생활 13년째를 맞는다. 90년 초 드라마 ‘종합병원’의 신세대 여의사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다 97년 음주운전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다. 이후 파격적인 노출과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노는 계집 창(97년)’으로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이 때문인지 그 뒤 출연한 영화 ‘링(99년)’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99년)’ ‘종합병원 천일동안(2000년)’은 모두 흥행에서 실패했다.

신은경에게 ‘조폭마누라’는 매우 의미 깊은 작품이다. 영화배우로서의 그녀의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 연기에 대한 참 맛을 배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연기했기에 얻어낸 값진 결실이었다.

“예전에는 연기를 하면서 자주 모니터를 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근데 조폭마누라를 하면서부터는 이 버릇을 싹 고쳤어요. 모니터를 들여다볼수록 화면에 어떻게 하면 예쁘게 나올까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이런 상념 없이 연기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느낌을 믿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 말이에요.”

이 영화에서 여자가 소화하기 어려운 액션 연기에 도전, 다치기도 했다. 당시의 상처에 대해 물어보니 “별 거 아니었어요. 병원에도 혼자 간 걸요”하며 털털하게 웃어넘긴다.

또 솔직한 성격답게 불리한 얘기도 거리낌없이 털어놓는다. 장안의 화제가 됐던 ‘가위권법’ 에 관해선, 실제 그런 권법이 어디 있느냐며 그냥 가위 돌리는 연습만 하고 폼 만 그럴듯하게 잡았다고 했다.

신은경을 만나기 전엔 사실 그녀에 대해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 이를테면 거칠다, 건방지다 같은 느낌. 하지만 그녀는 전혀 거칠지도 건방지지도 않았다.

상냥하고 예의바르다. 두 살 어린 모지은 감독이나 상대 배우인 정준호 등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정중하다.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해서 어릴 때에도 어리광을 부리거나 철없이 굴었던 기억이 없다고 했다. 집에서도 어머니에게 말을 놓지 않는단다.

그녀는 요즈음 ‘좋은 사람…’의 주연으로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밤 촬영이 많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얼굴 살이 쏙 빠졌다지만, 얼굴 표정은 더없이 밝다. 연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랄까. 영화 편집실에 가서 50% 정도 진행된 촬영분을 미리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꾸욱 참고 있다고 했다.

관객과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가 개봉되는 7월을 기다리고 있다. ‘가위’ 대신 ‘사랑의 화살’을 잡은 해맑은 미소를 지닌 배우 신은경이 어떤 변신을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올 가을 ‘귀여운 여인’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배현정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03 18:53


배현정 주간한국부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