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

그리운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보고서

■ '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
이용한 글. 안홍범 심병우 사진. 웅진닷컴 펴냄.

봄나물 캐는 아낙네, 마을 뒷산을 닮은 초가 지붕, 예쁜 고슴도치 같은 옛날 비옷 도롱이를 입은 농부, 치렁치렁 추녀에 매달린 곶감 타래, 강 자락에 지네 발처럼 놓여 있는 섶다리, 덜컹덜컹 대는 소달구지, 앞마당을 가로질러 찰방찰방 물지게를 지고 가는 할머니, 얼음배타기를 하는 두메산골 아이들, 깊은 주름 위로 펴져 나오는 촌부의 그 무뚝뚝한 미소…

이 책은 제목처럼 현대화에 밀려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가고 있는 삶의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새록새록 포착했다. 사진작가인 안홍범 심병우의 220여장에 달하는 정감어린 사진과 시인 이용한의 에세이풍의 서정적인 글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스라한 그리움을 더한다.

세 사람이 6년간 전국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며 발품을 판 노작이란 점에서 이 책은 살아있는 풍속학 자료를 담은, 발로 쓴 풍물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쉼터로도 유용하다.

책은 60여 가지의 사라져 가는 서정과 풍경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별 묶음과 철 따라 묶을 필요가 없는 또 한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에 대한 추억 여행이 아니라 엄연히 살아있거나 마지막 숨을 몰아 쉬고 있는 풍물을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분명 시대는 변했고 사라져가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는 잘 살기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버리고 떠나보내야 했다.

잘 살아 보자고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면서 혹여 우리는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버리며 살아온 것은 아닐지”라고 반문한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콩알만큼이라도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은 씨앗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5/0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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