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일상의 반란'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양이현정 옮김/ 현실문화연구 펴냄

페미니즘은 기존의 세계를 뒤흔드는 혁명이다. 여성의 사회학적, 생물학적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자는 거센 물결이다. 급진적 주장은 기존 질서와 필연적으로 마찰을 빚기 마련이다. 1980년대 발간된 이래 페미니즘, 더욱 정확히는 미국 여권운동의 고전적 저작으로 자리잡은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은 기존의 남성중심적 세계를 생물학적 관점에서 뒤집는다. 여성 할례의 고통을 받던 여성이 이제는 트렌스 젠더라는 이름으로 고정 관념에 반기를 드는 시대다. 갖가지 성풍속에 도사린 남녀 차별의 예를 실증해 가던 책은 여성 육체에 대한 찬미로 접어 든다.

책의 설득력은 포르노 ‘목구멍 깊숙이’의 주연 배우 린다 러블레이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등 다섯명의 여장부가 보여준 모습을 추적한다. 이제 여성은 계급 학력 인종 등의 차이를 넘어 진정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일상의 반란’은 보다 사회학적인 책이다. 대학 동창회를 통한 여성 연대의 강화, 일상 언어가 여성에 미치는 영향, 여성의 참정권 확대 등의 문제를 하나씩 따져 간다.

낙태 문제를 둘러싸고 재현되는 보수ㆍ진보 논쟁의 정치학적 의미, 남녀평등 문제를 둘러싼 언론의 태도에 숨겨진 본질, 페미니스트와 현실 정치의 관계 등 페미니즘의 외연을 확장한다. 페미니즘의 깃발 아래 저자가 펼쳐 온 정치적 투쟁담 등 생생한 기록들이 사실성을 더 한다.

지은이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미국 최초의 여성운동 잡지 ‘미즈’를 창간한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이다.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에게 “100만 달러를 줄 테니 누드를 싣자”고 제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5/0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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