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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미래 핵심기술은 생명연장

[이상호의 경제서평] 미래 핵심기술은 생명연장

■ 세계 생명공학 리포트
언스트&영 지음
녹십자벤처투자ㆍ영화회계법인 옮김
김영사 펴냄

미래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를 들라면 정보통신(IT)과 생명공학(BT)을 꼽을 수 있다. 둘 다 최첨단 분야인데, 후자가 좀 더 새롭다면 새롭다. 최근 생명공학의 발전 상황을 보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돼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조차 쉽지 않다. 복제 인간이 탄생하고, 인공 장기가 슈퍼에서 팔릴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일반인들이 생명공학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단편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고 ‘그런 것이 있구나’ ‘그런 것도 가능하구나’라고 감탄하거나 놀라는 정도다. 여기까지는 과학자들의 영역이다. 그런데 생명공학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려면 산업화하여야 한다.

간단히 말해 생명공학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또 연구실의 발명품을 상품화할 수 있어야 새로운 발명품이 계속 나올 수가 있다. 이 부분은 기업가, 투자자들의 몫이다.

이 책을 추천한 서울대 홍영남 교수의 표현대로, 생명공학은 여러 면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01년 2월 인간 유전체 지도가 발표되면서 21세기 시작과 함께 게놈 시대가 막이 올랐다. 이러한 생명공학에 각국은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간 수명을 연장하거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분야는 미개척지여서 경제적 이익 또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하면 ‘황금 알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국가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생명공학을 미래 핵심 기술로 선정했다.

이런 것들을 배경으로 해서 생명공학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으나 대부분 기본적인 원리나 생물학적 내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에 비해 이 책은 실제로 생명공학이 어떻게 생명공학 회사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고, 연구 투자는 얼마나 하고 있는지 등을 다룬 것이 특징이다.

생명공학 관련 회사들은 어떻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회사로서의 장래성은 어떤지, 일반 투자자들은 어떤 생명공학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자본시장 동향과 생명공학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주제에 관한 좌담’ ‘전략적 제휴의 가치가 급등하고 생명공학 회사의 합병 움직임이 증가한다’ ‘생명공학에 투자를 늘리는 제약회사와 IT업계’ ‘생명공학의 산업적 적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등의 소 제목들이 이 책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세계적 회계법인인 미국의 언스트&영의 2002년 리포트를 번역한 이 책은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바이오 산업이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거품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바이오 기업은 끊임없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어 질병 치료에 혁신을 가져올 신약 후보물질이 2007년까지 300여 개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또 유전공학, 단백질 관련 기술, 생물 정보학 등 신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모든 생명공학 기술이 곧 상품화하면서 시장성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자원과 기술혁신, 시장 등 3박자가 골고루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생명공학과 의료보험과의 관계도 관심을 끈다. 의료보험 개정은 생명공학 최고의 공공의제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생명공학산업협회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가격의 조절은 시장에 맡긴다. 엄청난 치료비가 부담스러운 모든 노년층에 대해 일정 금액 한도까지만 보험급여를 제공한다.

생명공학기술을 통한 혁신을 통해 환자 치료를 향상시킨다. 의료보험의 지급 능력을 유지한다. 혜택 범위를 확대한다. 현재의 급여범위와 상환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우리의 경우에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다. 따라서 관점이나 시각이 기본적으로 ‘투자’에 치우쳐 있어 폭 넓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다. 생명공학산업의 사회ㆍ경제적 의미 등에 궁금한 일반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생명공학의 산업화에 관한 실증적인 자료가 풍부히 담겨져 있어 관련 산업 종사자나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이다.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그렇겠지만 매끄럽지가 못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2002/05/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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