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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산 산] 두타·청옥산

[산 산 산] 두타·청옥산

금강ㆍ설악으로 굽이치며 남으로 흘러내리던 백두대간은 잠시 얌전해지다가 강원 동해시 땅에서 다시 한 번 솟구친다.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이다. 설악산의 권위에 가려 큰 유명세를 타지는 못했지만 동해안권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산들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과 깎아지른 바위 절벽, 아름드리 소나무의 향기 등 오감이 만족하는 산행을 보장한다. 불과 4㎞ 정도 떨어진 두 봉우리는 한꺼번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올라야 제 맛이다. 약 10시간의 만만치 않은 산길이다. 그러나 등정의 기쁨은 크다.

산행의 출발점은 두타산의 무릉계곡. 명경지수가 바위를 타고 흐르는 계곡이다. 300~400여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무릉반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바위 가득 옛 풍류객들의 이름과 시구가 새겨져 있다. 조선의 명필 봉래 양사헌의 글씨도 있다.

반석을 지나면 1,3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찰 삼화사가 있다. 두타산의 두타(頭陀)는 ‘탐착을 버리고 심신을 수련한다’는 의미의 범어를 음역한 말이다. 이름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은 두타산은 동해안의 사람들에게 영적인 모산(母山)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한때 10여 개의 절과 암자가 있었지만 전쟁과 풍파로 대부분 없어지고 삼화사와 기도도량인 관음암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약 20분을 오르면 학소대. 커다란 바위 언덕에 물이 비스듬히 흐른다. 날아가는 학의 모습을 닮았다. 학소대를 지나면 길이 갈라진다. 왼쪽 두타산성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두타산으로 먼저 간다. 30분 정도를 오르면 산성터이다. 임진왜란 때 이 지역의 의병들이 끝까지 항전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다.

산성터부터는 이른바 깔딱고개. 두타산 산행에서 가장 힘든 곳이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이다. 헉헉거리며 오르기를 약 2시간. 두타산의 정상에 선다. 동쪽을 바라본다. 바다가 보인다. 침묵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날씨가 좋으면 울릉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두타산 정상에서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타고 청옥산으로 간다. 박달령이라는 언덕이 있다. 봉우리를 옮아가는 산행은 박달령으로 내려가 다시 청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약 2시간이 걸린다. 청옥산 정상에서 다시 한 번 바다를 바라본다.

하산길을 잘 선택해야 한다. 두타산과 청옥산 계곡의 진수를 맛보려면 박달령에서 내려가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두 산에서 흐르는 물이 함께 한다. 그러나 무척 위험하다. 바위 코스가 많다. 특히 비가 올 경우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청옥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코스는 그리 험하지는 않지만 대신 밋밋해 재미가 없다.

하산길에서 무릉계곡의 극치를 만난다. 용추폭포와 쌍둥이폭포이다. 등산이 아니라 가벼운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은 이 폭포까지만 오른다. 용추폭포는 3단 폭포이다. 청옥산 바른골을 흐르던 물이 60여m의 절벽을 타고 두 곳의 웅덩이를 만들어 쉬면서 떨어진다.

폭포 옆으로 철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폭포의 물길을 조망하기에 좋다. 쌍둥이폭포는 용추폭포에서 떨어진 물과 두타산에서 흐르던 물이 만나는 곳. 두 계곡의 물이 폭포로 만나는 것은 한반도에서는 흔치 않다. 그림이 따로 없다. 지치게 만드는 산행이지만 맑은 물길에 피로가 싹 가신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2/05/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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