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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충북 진천 환희산 송강사

[땅이름] 충북 진천 환희산 송강사

‘부모님 살아계실 때 진천에 모셔라(生居金眞川)’ 고 할만큼 충청북도 진천고을은 예로부터 살기 좋고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진천의 여러 소문난 명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농(籠)다리’를 비롯하여 길상사(吉祥祠), 보탑사(普塔寺) 숭열사(嵩烈祠)와 함께 송강사(松江祠)가 있다.

특히 진천군 문백면 봉죽리 환희산(歡喜山)자락에 자리한 송강사. ‘관동별곡’ ‘성산별곡’ ‘사미인곡’ 등을 비롯해 70여 수의 시조를 남긴 송강 정철(鄭澈)을 모신 사당과 유택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우람한 느티나무가 세월의 연륜을 대변하고 비각사이에 홍살문이 서있고 사당, 유물전시관, 신도비, 송강시조비, 묘소 등이 있다.

정철(1536~1593년)은 서울 삼청동에서 태어나 을사사화로 집안이 폐허가 되어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김윤제(金允梯), 기대승(奇大升), 김인후(金麟厚)의 문하에서 공부했으며 1562년 춘당대(春塘臺) 별시(別試)에 장원에 뽑힘으로써 집안을 중흥시킬 터전을 마련하였다.

홍진(洪進)에 의해 이이(李珥), 윤근수(尹根壽), 홍성민(洪聖民)과 더불어 호당(湖當)에 들어 선망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바른 말을 잘하는 직설적인 성격과 매일장취하는 폭음으로 주변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정승의 지위에 올라 정여립(鄭汝立)의 모반사건을 처리할 때 동인(東人)의 연루자들을 가혹하게 처벌해 많은 원한과 정적을 만들기도 했다.

송강과 당색이 같지 않았던 유성용(柳成龍)은 그의 ‘운암잡록(雲巖雜錄)에서 ‘철(澈)의 자는 계함(季涵)이다. 어릴 때 기대승에게 수업하였다. 이미 현달하여도 오히려 제자로서의 예를 지켰다. 그러나 기대승은 일찍이 ‘계함이 득세하면 나라를 그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너무 강하고 편협하여 남의 허물을 말하기를 좋아하고 은혜와 원수를 분명히 하여 남이 자기를 싫어하면 끝내 잊지를 못하였다. 송강은 당파가 다른 김효원(金孝元)을 축출하려다 이율곡과 의견이 대립하기도 했다.

송강은 ‘그대 뜻은 산 같아 굳게 움직이지 않고/ 내 말은 물 같아 흘러 돌아오기 어렵네/물 같고 산 같음이 모두 이 운명이로구나/ 서풍에 머리를 돌리며 홀로 배회하네’ 하는 시를 남기고 낙향했다.

정철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문학인이요 우리 국문학사에 큰 봉우리다. 학자들의 견해에 따라 다르지만 송강은 우리나라의 시성(詩聖)이라고 극찬을 듣는 등 문학적으로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송강이 잠들고 있는 진천 환희산 어은동(魚隱洞)은 흰구름 몇 장이면 하늘을 가리고, 술 비운 항아리 몇 개만 늘어놓아도 바로 세상과 단절할 수 있는 깊고 깊은 곳이다.한 시대를 주름잡던 문인의 주객이 잠들기에는 찾는 길손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로 쓸쓸하다.

송강이 그의 ‘장진주사(將進酒사)에서 ‘굵은 눈 가는 비에/ 소소리 바람 불제/ 뉘 한잔 먹자하리’라고 읊조렸던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그의 무덤 앞에는 주막조차 없다. 정철의 문인인 권필은 성묘하고 ‘빈산에 가랑잎 흩날리고 빗발은 성긴데/ 정승의 그 풍류가 이다지도 쓸쓸하오/ 슬프다 한잔 술 드릴길 없어/ 오늘은 님의 노래나 읊조리다 가오’라고 그를 애도했다. 환희산 자락에 봄은 또 오고…. 문주(文酒)의 환희(歡喜)로다.

이홍환 현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2/05/0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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