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자극적 에로티지즘의 극대화

유명 화가 작품을 복제한 축하카드나 포스터에 자주 등장하는 클림트의 ‘키스’ 라는 작품이 있다. 황금 빛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두 연인이 꼬옥 부둥켜 안고 키스를 하려는 순간이 너무나 매혹적으로 묘사되어 많은 연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작품이기도하다. 키스의 황홀함에 익숙해 있다면 클림트의 ‘유디트’를 대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유디트는 구약시대에 앗시리아 장군을 유혹하여 그의 목을 베고 조국 이스라엘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여전사다. 그림 속 모델은 부유한 금융인의 딸이었던 아델레 브루호-바우너란 유부녀로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미모로 클림트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클림트의 작품은 모두 화려한 장식적 묘사와 색채를 띄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학구적이고 폐쇄적인 미술성향에 반등하여 자유로운 예술을 구현하고자 결성한 ‘비엔나분리파’와 ‘아르누보’의 경향이었다.

유디트의 화려한 순금 목장식과 드러낸 가슴보다 더 자극적으로 아스라하게 비쳐지는 고혹적 관능미는 베어낸 머리를 애무하듯 만지는 손길과 벌어진 입술과 몽롱한 시선에서 절정에 달한다.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에 찌들려 왔기 때문일까.

클림트는 맘껏 금분으로 장식하여 에로티시즘을 극대화했다. 이 바람에 목을 자르려는, 그 섬뜩한 긴장과 공포는 오히려 에로티시즘을 더욱 부추기는 최음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시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의 과감한 노출과 상류사회의 유부녀를 요부에 가까운 여전사로 연출하는 등의 의도는 크게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남성과 대등한 인격적 존재로 지위가 향상된 여성의 잠재적 힘을 보여주자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또 하나는 어머니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하지 못한 남성의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심을 표현한 것이다.

여전사의 잔인함보다 에로틱한 손길과 눈매로써 관능적 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유디트는 여인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그 품에서 안식하고 싶은 클림트 자신의 모습이 아닐지. 그런 의혹마저도 화려한 몽환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5/0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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