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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 ‘노풍’이 넘어야 할 산

[정치평론] ‘노풍’이 넘어야 할 산

4월 27일 민주당의 서울 국민경선은 마침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노무현 후보를 확정했다. 3월 9일 제주에서 시작된 이래 50여 일간에 걸친 역동적인 국민경선 드라마의 대단원이 일단 마무리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하나는 그 드라마의 극적 역전의 원인이었던 '노풍'(盧風) 현상이 한국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당장 노 후보가 직면하지 않을 수 없는 과제가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국민경선의 돌풍을 야기시킨 '노풍'의 원인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말해 나는 그것을 한국사회의 주류 기득권층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변화 요구라 생각한다.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그 영향력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으며 때로는 그것이 더 강화되기조차 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주류 기득권층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대변했던 기존 정치권에 대해, 이제까지 분산적으로 존재했지만 지속적으로 누적되어왔던 서민층과 중산층의 변화 요구가 노무현을 통해 그 분출구를 찾아냈던 것이다.

물론 분출은 노무현이 정치적인 성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을 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기에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이번 경선과정을 통해 이인제 후보에 의해 동원되었던 색깔론과 음모론 등 주류 기득권층의 전형적인 동원 수단과 그 담론이 더 이상 먹혀 들지 않았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해준다. 과거에는 그러한 수단과 담론은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구 시대의 비합리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요소를 내포한 그러한 시도와 주장은 아래로부터의 강력한 변화의 바람에 부딪쳐 이제 더 이상 그러한 효력을 발휘하기란 어렵게 된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때마침 발생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빌라 소동'은 주류 기득권층과 서민층·중산층 간의 일상적인 삶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 새삼 확인해주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노 후보는 일단 아래로부터의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그는 "개혁과 통합의 새로운 희망을 실현"하겠으며 "중산층과 서민도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치개혁을 이루고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바로 선 사회’를 만들고 반드시 국민통합을 이루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진정 문제는 이러한 약속을 제공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가에 있다.

한국 정치에서 구시대적 정치문화와 행태에 물들지 않은 새로운 정치인이 등장했다 할지라도 그들을 좌절시켰던 가장 커다란 장애는 새로운 정치인 역시 시도에 그칠 뿐 결국 그들 역시 기득권 그룹에 합류하거나 이에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치현실에 있었다.

주류 기득권층에 저항하는 변화 요구를 배경으로 부상한 노후보는 과연 그러한 정치현실의 난관을 정면으로 넘어설 수 있을까?

첫 시험대는 6월의 지방자치선거일 것이다. 호남의 지지를 얻는 영남 출신의 후보로서 과연 이 선거를 통해 동서통합을 이룰 수 있는 실제적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즉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자신의 기득권적 정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해왔던 한나라당의 영남 지지 독점의 현실을 저지하지 못하고 이 바람에 동서 통합의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새로운 정치실험이라는 그의 첫 시도는 좌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음으로 준 기득권 세력이 된 민주당의 체질 개선 문제 또한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이다. 김대중 대통령으로 상징되었던 민주당은 호남당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지역정치의 한계 또한 극복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임기말에 들어 각종 부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 아들 문제 때문에 여당인 민주당의 참신성은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구태의연한 민주당을 서민과 중산층의 변화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 참신하고 역동적인 진정한 전국적인 정당으로 전환시키는 과제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연말 대선에 앞서 노무현 후보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바로 이러한 문제들이다.

정해구(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한국정치)

입력시간 2002/05/0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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