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PM6] 허리를 위한 선택…완벽한 몸매만들기

한 두 사람씩 사무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오후 7시. 신사동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 씨(42)는 서둘러 퇴근준비를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그가 찾아간 곳은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센터(CFC) 압구정점. 통유리로 된 5층 건물 전체가 헬스장인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밝은 조명 아래 무수한 사람들이 달리고, 들어올리는 등 한창 운동 중이다.

회사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김씨가 굳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센터 시설이 수준급이라는 이유 외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극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근무 연수에 비례한다는 허리사이즈는 김씨만의 고민은 아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하루건너 한 번 꼴로 이어지는 회식자리가 부담스럽지만 무작정 피할 수만도 없고 술 마신 다음날 컨디션 회복도 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 누구나 한번쯤 운동을 떠올려보게 된다.

김씨처럼 꼭 유명 헬스클럽을 찾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운동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 같지 않게 술 마신 다음날 오후가 돼도 술이 깨지 않는다. 몸은 깨났는데 머릿 속은 멍하다", "늘 몸이 찌뿌듯하고 앉기만 하면 졸음이 쏟아져 내가 나이든 걸 실감하게 된다.

그럴 때 운동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등 이유나 사연은 달라도 이전보다 몸에 대한 관심은 커진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선 단순히 건강만이 목적이 아니라 운동자체를 즐기거나 몸매를 가꾸기 위해 취미생활화 한 마니아들마저 늘고 있는 추세다.

운동에 관한 관심이 커지자 최근 들어 헬스클럽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센터처럼 대형화,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세계 430개 체인망에 400만 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는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센터는 명동점과 압구정점이 문을 열었는데 청담동에 위치한 압구정점은 지상 5층 건물 2,100 여 평에 250여 종의 헬스기구를 갖춘 대형 헬스클럽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에는 하루 평균 1,500여 명이 시설을 이용한다.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라고 마케팅 담당자는 설명했다.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개인에게 맞는 진단과 처방으로 운동효과를 극대화해준다는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센터에서는 트레이닝은 물론이고 회원가입에 이르기까지 '맞춤식'을 지향한다. 개인 사정에 따라 3년 회원에서 월 회원에 이르는 멤버십 종류가 있고, 요일이나 시간대별로 자신에게 편리하게 선택해 트레이닝 받을 수 있다.

"일반 헬스장보다 월 이용료는 비싼 편이지만 자쿠지나 스파시설 등 호텔 피트니스클럽과 비교해도 시설면에서 뒤지지 않아 좋다"는 한 직장인은 "혼자서 운동하면 지루해 도중에 포기하기 쉬운데 여기는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좋다. 게다가 유리건물 안에서 밤거리 풍경을 보며 운동할 수 있어 싫증도 덜 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즐거움 때문인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창가쪽이라고 한다. 이는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재미난 볼거리를 안겨주는데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하는 현란한 조명 아래 수백 명의 한국판 아놀드 슈와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영화 터미네이터의 여 주인공)이 몸을 가다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한 볼거리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론 전보다 술도 덜 취하고 숙취도 빨리 가시는 것 같다"는 40대 직장인 최모씨. "운동하는 동안 힘이 들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땀을 흠뻑 쏟은 후 개운하게 샤워를 하면 날아갈 듯하다. 또 공연히 몸도 좀 가벼워진 거 같고 젊어진 듯 생기도 돈다. 여하튼 상쾌하다. 그 맛에 퇴근 후면 빨리 집에 가 쉬고싶은 유혹도 물리치고 운동하러 오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그동안 잦은 야근과 저녁약속으로 번번이 헬스장 등록증이 무용지물이 되곤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독한 마음을 먹은 지 1년 남짓 되자 이젠 어느새 운동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퇴근 후 별다른 약속이 없는 날에 이곳에 들러 한 두시간 운동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일 틈이 없다며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서명희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5/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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