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연하와의 사랑? 못할것 없잖아요-김하늘

MBC드라마 '로망스'서 금지된 사랑 펼치며 탄탄한 연기력 선뵈

청순가련의 대명사 김하늘(24)이 다시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지난 겨울 SBS ‘피아노’에서 열연을 펼쳐 시청자들의 가슴을 시리게 했던 그가 여교사와 제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MBC ‘로망스(극본 배유미ㆍ연출 이대영)의 주인공으로 5월 안방에 복귀했다.

지난 1월 피아노를 끝으로 4개월 가량 안방 극장을 떠났던 그는 따사로운 봄 햇살만큼이나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나타났다. 방영 초인데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서인지 한결 가볍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라 촬영이 즐거워요. 제가 맡은 역은 제자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 여교사인데, 소재만 보면 슬프고 어두울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으로 따뜻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김하늘은 피아노의 이복남매간 사랑에 이어 이번에는 남자 제자와의 사랑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그래서 사실 걱정도 된다.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관계를 그려나가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우려가 가장 크다.

그는 이러한 사제간 사랑에 대해 “실제 상황이면 곤란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말을 물어봤더니 그의 태도가 달라졌다. 아직 끝을 알 수는 없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 차이도 없는 것이니까. 단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뒤라는 조건을 달았다.


청순가련형 이젠 벗어나고 싶어

그는 피아노를 끝내고 나서 영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시놉시스를 받고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어 마음을 바꿨다. SBS ‘해피투게더(1998년)’에서 호흡을 맞췃던 작가 배유미와의 인연도 큰 이유가 됐다.

이번에 그가 맡은 국어교사 채원은 데뷔 이후 줄곧 고수해왔던 청순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보면 확실히 다르다. 새침하고 차분한 여성상을 간직해온 김하늘은 로망스에서 신비스런 베일을 벗는다. 밝고 명랑하면서 때로는 푼수 같은 코믹함도 보여준다.

“이제껏 슬프고 가련한 캐릭터를 주로 보여줬어요. 전 솔직히 청순가련형이라는 말이 듣기 좋고 그런 이미지를 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특정한 분위기가 굳어진다면 배우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미지를 고수하면서도 조금 변화를 주자고 마음 먹었어요. 경쾌하고 편안하게 다가서기로 말이에요.”

김하늘은 이번 드라마에서 그보다 두 살이 어린 꽃미남 배우 김재원과 사랑을 엮어간다. 5번이나 NG를 내며 찍었다는 연하남과의 키스신. 쑥스러움 때문일까. 그는 이때의 느낌에 대해 시간이 꽤 지나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끝내 대답을 피했다.

그는 남동생이 있어 현실에서 연하남과의 사랑은 그리 달갑지 않단다. 그래도 드라마를 하면서 생각을 많이 바꿨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에서 ‘가능 할 수도 있는 일’ 정도로 한 발 물러섰다.


영화 '동감'으로 연기에 눈 떠

5년 전 당시 여고생이던 그는 듀스 ‘김성재’의 팬이라는 이유 하나로 모델로 데뷔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성재가 전속으로 있는 ‘스톰’의 모델 공모에 응모했다. 그러나 남자모델만 뽑았던 까닭에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1년 뒤 그를 눈여겨 보았던 스톰사 관계자의 의해 전격 발탁된다.

하지만 김성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나란히 무대에 서는 꿈이 무산된 후에 그는 연기로 눈을 돌렸다. 가수 조성모의 히트곡 ‘To Heaven’ 뮤직비디오가 큰 호응을 얻어 순탄하게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 데뷔하자마자 맑은 이미지로 사랑 받으며 주연을 따낸 그는 분명 행운아다.

환각제를 흡입하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차창 밖에 고개를 내밀던 영화 ‘바이준(19년)’이나 죽음을 맞이하는 뇌종양 환자로 분했던 영화 ‘닥터 K(19)’ 등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김하늘이라는 배우를 세상에 알려줬다. 하지만 그에게도 좌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연기자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지 못했던 것이 그를 힘들게 했다. 본인의 연기에 대한 실망감은 이루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과연 이 일을 잘 선택한 것일까, 왜 여기에 있을까 하는 회의가 수없이 들었다.

그런 그에게 제2의 연기가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던 작품이 영화 ‘동감’이다. 시대를 뛰어 넘은 순수한 사랑을 그린 동감에서 그는 빛을 발했다. “캐릭터와 저의 연기가 딱 맞아 떨어졌어요. 자연스러운 연기의 맛을 비로소 느낀 것이죠. 다행히 영화도 잘 되어 자신감을 얻었어요.”

사실 그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 하나하나를 모두 소중하게 여긴다. 영화 ‘바이준’은 스크린이라는 낯선 곳에 그가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작품이라서 의미 깊고, 드라마 ‘피아노’는 배우로서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라서 아끼게 된다는 식이다.

피아노는 아주 진지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진행됐는데 조재현 조민수 선배 같은 연기력 있는 배우와 작업하면서 그도 함께 연기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1등 지향하는 완벽주의자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쏟아낼 것 같은 한없이 여린 모습의 김하늘은 상당히 강인하다. 천천히 나지막하게 얘기를 이어가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신중하게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연기를 할 때나 대화를 할 때나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려 하는 단호한 면이 엿보인다.

그는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완벽주의자다. “ 1등은 아니지만 1등을 향해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연기와 삶에 대한 소신이다. ‘1등’이란 것이 인기나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정과 자신감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다 본받고 싶다고 한다. 특히 장만옥이나 매릴 스트립 같은 개성 강한 배우들을 좋아한다. “늘 노력하고 발전하는 연기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김하늘은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서 연기가 만족스러울 때 이 세상 무엇에도 부럽지 않은 큰 행복을 느낀다는 올곧은 연기자다.

배현정 주간한국부

입력시간 2002/05/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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