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昌의 전쟁] 변화는 방법과 방향이 중요하다

이회창 후보는 말·생각·행동이 일치하는 지도자

한국 사회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가 주로 외부 충격에 의해 촉발되었다면, 지금은 내부 균열과 혼란에 의해 국가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세대간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증오감으로 표출되고 있고, 지역간의 갈등은 총성 없는 전쟁을 보고 있는 듯 하다.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가 정의로 포장되어 모두에게 강요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각종 권력형 비리와 국정 문란 현상들로 인해 국가기관과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소멸되어 버렸다. 법치는 인치로 대체되어 법과 원칙보다는 사람과 사적인 관계가 더욱 중요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 식이 어설픈 정책실험을 계속하다가 혼란과 퇴보만이 거듭되고 있다. 우리의 기본가치가 흔들리는 혼란과 혼돈의 시기이다.


사이비 시장경제 경계해야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렇게나 또는 될대로 되라 식의 변화를 원하지는 않는다. 변화한다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과 변화의 방법이다. 우리가 변화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고귀한 권리와 의무로 여기며, 소수의 주장을 귀히 여기되 다수결의 원칙에 순응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주장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중적 민주주의 또는 자신들만이 정의이고 자신과 다른 사람은 타도의 대상이 되는 독선적 민주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두 번째 가치는 자유와 책임에 기반을 둔 시장 경제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는 사유재산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개인의 창의성과 피나는 노력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총론에서는 시장을 이야기하면서 모든 각론에서는 시장을 무시하는 사이비 시장경제를 경계해야 한다.

물론 자유민주주의에서도 다수의 횡포를 제약하거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사각지대에 속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예외적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가 본질을 전면적으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변화의 방향은 진정한 법치주의의 확립이다. 자신의 사욕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위장하는 데에 법이 오용되어서도 안 된다. 권력자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법치의 원칙이 훼손되어서도 안 된다.

변화의 방법 또한 변화의 방향 만큼이나 중요하다. 변화의 방법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의 원칙 하에서 예외일 수 없다. 또한 구체적인 변화의 방법도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객관화된 검증방법을 통해 사전적으로 충분히 검토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국민의 정부에서 정책이란 이름 하에 시행된 정책 실험들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어 왔다. 변화는 의지와 정열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혼돈과 혼란의 시기라는 점이 우리가 접하는 나쁜 소식이라면, 12월이면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인 소식임에 틀림없다. 12월에는 우리사회가 추구한 기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한번도 제대로 시행해보지 못했던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고, 시장경제의 원칙을 확립해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여야 한다. 그 지도자는 기본원칙 하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의 폐해와 시장경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설픈 정치실험은 혼란만 야기

이제는 인치의 굴레를 벗어나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지도자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이 예측 가능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어설픈 실험으로 혼돈만 야기하는 개혁이 아니라 실제 국민을 편안하고 잘살게 할 수 있는 개혁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말과 생각과 행동이 다른 언사행(言思行) 불일치의 지도자가 아니라 세 요소가 합치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지금의 분열과 혼돈을 독선과 야합, 그리고 교묘한 말장난으로 풀어나가는 사람보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기본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이상과 같은 기준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하겠다. 그가 가진 적지 않은 단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과)

입력시간 2002/05/10 16:3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