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昌의 전쟁] 제대로 된 개혁의 적임자를 뽑자

노무현 후보는 원칙과 상식 중시하는 예측 가능한 정치인

개인이든 국가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 남지 못한다. 멀리 갈 것 없다. 우리에게도 변화에 어두워 끝내 일제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세계화와 정보화, 민권의 신장과 시민사회의 성장 등, 전례 없는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가. 유감스럽지만 우리의 답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시민사회가 크게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주도의 중앙 집권적 국정 운영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고, 양질의 지식과 정보가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건만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곳곳에서 이러한 지식과 정보의 생성을 막고 있다. 왜 이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망국적인 지역 분할 구도와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득 세력의 반발 등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역 분할 구도 아래에서는 지역간 대립이 정치의 축이 된다. 개혁 과제가 제대로 된 정책 의제로 떠오르지 못한다.

지역 연고만 꺼내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데 굳이 기득 세력의 반발을 살 개혁문제를 꺼낼 이유가 없다. 가끔 개혁세력에 의해 개혁의제가 상정되기도 하지만 기득세력의 반발아래 결정 과정이나 집행 과정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때문에 우리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국민통합과 개혁의제의 설정을 방해하고 있는 지역분할 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지역분할구도와 싸워 온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기만적인 지역분할구도는 종식을 고할 것이며, 개혁 과제를 둘러싼 정책논의가 우리 정치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올바른 비전을 갖고 있다. 시장 친화적인 경제체제의 확립과 지방화를 통한 지역공동체의 부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단위들의 자율적 통제체제 강화와 사회자본의 축적 등 시민사회 중심의 새로운 시대를 향한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제 오늘 갑자기 그린 것도 아니고,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붉은 그림’도 아니다. 지역분할구도와 싸우며 그린 ‘국민 화합의 그림’이며 미래를 향한 ‘푸른 그림’이다.

노 후보는 국가 개혁에 필요한 국민적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상식과 원칙을 중시한다. ‘국민 후보’로 국민을 설득하는데 있어 어느 정치 지도자보다도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개혁을 반대하는 집단의 정치ㆍ사회적 압력으로부터도 매우 자유로운 입장에 있다.

그는 시민사회와 역사를 믿는 사람이다. 바르게 사는 사람이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국민으로부터 인정 받는 겸손한 권력이 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계보정치가 아닌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를 하는 것도, 거대 언론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믿음 때문이다.


개혁반대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입장

일부에서는 노 후보를 두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볍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튄다’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완벽할 수가 없으니 그에게도 적지 않은 결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역정과 그가 그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가 가벼운 사람도 튀는 사람도 아닌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다들 알겠지만 많은 정치인들이 보따리를 사서 이리저리 옮겨 다닐 때 그는 그 자리를 지켰다. 옮겨 다니는 것이 정상으로 보였으니 그 자리에 있었던 그가 돌출로 보였을 것이다. 또 누구 하나 엄두도 못 내는 지역감정의 벽에 몸으로 부딪쳤으니 무모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불안하고 가벼운 정치인은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는 지도자, 개혁 작업의 발목이나 잡으며 더 큰 싸움과 더 큰 갈등을 불러오는 지도자, 시민 대중의 정서를 읽지 못하는 지도자들이다. 시대를 바로 보고 후보들을 바로 보자.

김병준 국민대 교수(사회과학부)

입력시간 2002/05/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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