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지식인의 소신과 용기

지식인, 특히 상아탑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순수한 개인적 소신이나, 학문적 관점에 따라 표명한 의견이 자칫 특정 후보의 열성 지지자로 오해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처럼 측근ㆍ사당 정치가 판치는 분위기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주 주간한국은 국내 주요 대학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행정학 등 사회과학을 전공한 교수들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대통령상’과 ‘차기 대통령의 과제’,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또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한 후보는 누구인가’에 대한 기고도 받았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취재진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과 성향’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적잖은 교수들이 난색을 표명했다. 교수들은 “시간이 없다”,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럴 자격이 없다” 등의 이유를 대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중 일부 교수는 “그 답변에 응하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게 드러나 곤란하다”고 솔직히 털어 놓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유독 사후(事後) 비판 문화에 익숙하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정치를 잘못했다’는 식의 사후 비난을 잘한다. 반면 앞으로 몇 년간 국가를 이끌 대통령이나 정당을 선택하는 과정인 선거를 앞두고는 웬만해선 자신의 의견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우리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가야 할 지식인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번 주간한국의 커버 스토리는 이런 사후 비판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이끌 최고 지도자를 선택하는데 있어 지식인들이 제시하는 올바른 방향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이번 설문에 성실히 응답해 준 ‘용기 있는’ 교수분들과 옥고를 보내준 ‘소신 있는’ 교수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10 17:04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