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근무시대 …능동적으로 열어가라

이틀은 당신이 주인공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전면적인 주 5일제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토요 휴무제를 실시해온 곳도 있고 격주로 ‘일토/놀토제’를 시행해온 곳도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일터에서 주 5일 근무를 규범화 할 전망이다. 주 5일제는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데 기여했던 TV의 등장, 자동차의 생활화, 개인용 컴퓨터의 확산 못지 않게 “미묘한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측된다.

주 5일제가 가져 다 줄 최대의 선물은 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 곧 여가 영역의 확대라 할 수 있다. 지난 100여 년 간 서구에서는 일하는 시간이 주당 평균 70시간에서 38-40시간으로 감소해왔고,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개발 초기의 주당 7,80시간 과잉노동으로부터 최근 40시간대의 선진국 수준을 향해 근접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일로부터 자유로워진 시간과 공간의 확대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둘러싸고 다양한 관심이 부상하고 있음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실제로 일과 여가를 확연히 분리해온 과정 자체는 산업화의 부산물이다. 산업화 이전의 원시사회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일과 여가는 농경사회의 공동체적 생활양식 안에 다양한 축제와 의례, 그리고 민속문화의 형태로 뒤엉켜 있었다. 이제 다시 역사는 나선형적 순환을 통과하여 일과 여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우리 앞에 던지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일과 여가의 관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의되고 있다. 즉 여가는 단순히 일의 반대 개념이라는 소극적 의미에서 벗어나 여가란 자유를 만끽하는 행위요, 스스로 즐기기 위해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여가로부터 오는 사회적 보상은 일 못 지 않게 보람과 의미를 가져다 주는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미국에서 여가 만족도를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100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자녀와 quality time을 보냈을 때의 만족도가 79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결혼생활을 풍요롭게 함으로써 느낀 만족도가 75점으로 뒤를 이었다. 나아가 영성을 고양시키는 종교생활에 몰두했을 때 34점, 친구들 간의 정서적 유대를 공고히 했을 때 33점, 소외된 이웃을 도와주는 자원활동에 참여했을 때 33점의 만족도 점수를 기록했다.

또 독서 32점, 휴식 27점, 스포츠 게임 26점, 요리 23점, 쇼핑 17점, TV 17점 등으로 다양한 취미생활이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가져 다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 5일제가 확산되면 무엇보다 ‘일 우선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극복하고 일과 여가의 조화를 모색함으로써 삶의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되리라 예상된다. 특별히 앞 연구에서 가족 생활에 투자했을 때의 만족도가 그 어떤 활동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음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다음은 만남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연계망의 발달이 예상된다. 일터 밖에서 만나 삶의 의미를 주고 받으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해갈 수 있는 사람들간에 다양한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일례로 동일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간에는 자유를 향한 극적 열망과 평등의식, 그리고 영웅에 대한 경외감이라는 스포츠의 이상을 공유함으로써 동일한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셋 째로는 여가를 만족스럽게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개개인 안에 잠재되어 있던 자질 및 소질 개발이 이루어지리라 예상된다. 다채로운 취미생활을 개척함으로써 자신의 표현능력을 개발해갈 것이며, 평생교육 과정에 들어감으로써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됨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자기 만족과 발전의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자아개념의 확대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이 보다 심층적으로 진행되리라 예상된다.

물론 우리에게 부여되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의 문제는 개인적 선택영역을 벗어나 사회적으로 규정되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주 5일제 확산 추세에 맞춰 능동적으로 우리 자신을 성장시키고 공동체의 삶을 윤택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입력시간 2002/05/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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