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다 잊고 떠난다

레저산업 급성장 예고, 여행패턴에도 큰 변화

김영진(43ㆍS전자 과장)씨. 그의 한달 주말 스케줄을 보자. 첫째 주 국내여행, 둘째 주 친척방문, 셋째 주 골프, 넷째 주 집에서 휴식 및 독서.

개인적인 선호도, 경제적인 여유와 환경 등으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주 5일 근무제가 점차 확산되면서 이처럼 여행과 레저를 즐기려는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1,062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늘어난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시겠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보면 앞으로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레저ㆍ여행 산업이 번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내용을 보면 ‘여행을 하겠다’가 53.01%(563명)를 차지했고 ‘더 많은 레저, 스포츠를 즐기겠다’가 24.79%(263명)로 나타났다.

현재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전면적인 시행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머지 않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것은 전반적인 흐름이다. 이미 지난달 27일 중앙부처의 모든 행정기관 공무원의 경우 토요 휴무를 실시했고 앞으로 한 달에 한번은 주5일 근무제를 시험 실시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은 조례개정 절차를 거쳐 7월부터 ‘주5일 근무제’ 시험실시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국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체들이 주 5일 근무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레저시장의 확대

본격적인 주5일 시대를 맞으면 국내 레저시장 규모는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www.kolec.co.kr, 소장 서천범)가 발표한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레저시장 성장전망’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4조 9,0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레저시장은 주5일 근무제가 확대 시행되면 2004년엔 21조2,000억원으로 늘어나고 2006년 29조1,000억원, 2010년 35조5,000억원으로 계속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의 레저시장 규모는 2000년에 비해 2.4배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가계에 차지하는 레저부문 지출(교양오락비, 외식비 등) 증가율과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여가시간 증가전망 등을 바탕으로 산출됐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레저비 지출 비중은 2000년 2.88%에서 2010년 4.94%로, 그리고 1인당 지출하는 연간 레저비는 2000년 31만7,000원에서 2010년에는 81만5,000원으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또 2000년 정확히 14조 8,851억원 레저 시장 가운데 경마 경륜 내국인 카지노 등 사행산업의 시장규모가 6조1,571억원으로 전체 레저시장의 41.4%를 차지, 부문별 시장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객수별로 가장 지출이 많은 것은 강원랜드 카지노가 1인당 43만5,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경마(37만1000원), 경륜(34만5,000원) 순이었다.

시장규모가 두 번째로 큰 것은 골프산업으로 시장규모는 1조6,924억원으로 전체의 11.4%를 차지했고 이어 놀이공원 등 테마파크 시장(3,677억원), 콘도미니엄 1,777억원, 스키등 레저가 1,344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국내 레저 업체들의 경영수지는 2003년에 20~30%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주 5일 근무제 실시 후 레저업체의 경영수지 개선효과 분석에 따르면 대도시 근교에 있는 레저 업체들은 주 5일 근무제가 본격 실시된다면 2003년에 약 20%, 대도시와 떨어져 있는 원거리에 있는 레저업체의 경영실적은 30%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의 한 리조트의 경우 지난 2000년 객실가동률은 68%였는데 2003년에는 73.7%로 2000년보다 5.7%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다 객실단가가 1만2,500원에서 1만3,200원으로 약 2.8%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 실시만으로 레저업체들의 경영수지는 8.5%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패턴의 다양화

토요일 휴무에 따라 주말의 여행패턴에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기간을 가장 길게는 금요일 퇴근 후 떠나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도착하는 3박 여행 일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에 떠나 일요일 밤에 도착하는 꽉 찬 1박 2일 일정도 잡을 수 있다. 이런 1박2일 일정이라면 국내 육지의 어느 곳도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다녀올 수 있다.

우선 국내여행에선 비교적 장거리로 떠나는 섬 여행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로 울릉도를 비롯 백령도, 제주도와 먼바다에 흩어져 있는 섬으로의 여행이 상당히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토요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토요여행’이 일부 여행사에서 선보인 것도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여행패턴 변화의 하나다. 토요일 아침에 떠나 당일 밤에 돌아오고 일요일은 월요일 근무를 위해 집에서 쉬는 일정을 잡을 수 있는 것. 신자들이 일요일 예배 등을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이유중의 하나다.

외국으로 떠나는 일정도 길고 지역도 다양화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시중에 선보인 일본 도쿄 3일, 오사카_쿄토3일, 괌 4일(매주 금요일 저녁 출발해 월요일 아침 도착), 사이판 4일, 홍콩3일 등의 여행코스가 속속 선보이는 것은 바로 주5일 근무제 시대를 대비해 내놓은 상품들. 해외여행의 권역이 일본, 중국, 동남아, 그리고 남태평양까지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의 국내진흥과 박상철 과장은 “주5일 근무제가 본격 도입될 경우에 대비해 국내여행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병만 일간스포츠 레저팀장

입력시간 2002/05/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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