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6·13 지방선거 D-30] 6·13은 지방화시대 정착의 분수령

투표 참여로 풀뿌리 민주주의 꽃 피워야

“누구도 꺾지 않고 우리 모두가 정성 들여 가꾸어야 할 장미.(the very rose that everyone does not pick up, but we all should grow up)” 제임스 브라이스가 한 말이다. 브라이스는 무엇을 이렇게 비유했을까. 그가 장미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지방자치이다.

과연 지방자치는 장미인가. 주민참여의 길을 열어주는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수단의 구실을 한다면 ‘민주주의의 학교’인 지방자치는 화려한 장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장미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지방자치를 정성 들여 가꾸지 않고 함부로 꺾으려다가는 그 가시에 찔리고 말 것이다.


참여민주주의 계기로 삼아야

2002년 6월 13일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6ㆍ13 지방선거는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의 시금석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방선거를 잘 활용하면 중앙 집권적인 권력 구조와 제도, 시민 의식을 분권화의 방향으로 바꾸어나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시민의 삶의 질 문제를 정치ㆍ행정과정에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다시 말하면 지방선거는 정부 의존형 민주주의에서 참여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화의 추세에 역행하려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을 기회이기도 하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법ㆍ제도상으로나 관행상으로도 지방분권이 확실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다.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지방 이양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권한과 기능을 지방정부로 넘겨주는 일이 지지 부진한 상황이다. 중앙 부처의 이기주의와 자신들의 권한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중앙 관료들의 비협조 때문이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 부 단체장을 국가직으로 전환시키려 꾀했다. 지방 자치단체와 시민단체, 학자 등의 반발에 부딪쳐 좌절되었지만 언제 또 엉뚱한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또 기초단체장을 임명제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지방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지역선거구에서의 잠재적 경쟁자로 보는 정치인들이 기초단체장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중앙 정부의 관료들은 지방자치의 실시로 자신들의 권한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서, 특히 행자부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진출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서 지방자치를 보는 눈길은 그다지 곱지 않다.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은 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자치는 시행되고 있지만 중앙집권시대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 관행이 아직 그대로 여서 내실 있는 지방자치가 시행되기 힘들다.

또 지방자치의 실시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느낄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 게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지방자치의 밝은 면은 가려지고, 지방자치의 어두운 면만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6ㆍ13 지방선거를 지방자치 발전의 계기로 삼고 새로운 정치 등장의 계기로 삼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12월에 치러질 16대 대통령 선거에 밀려 투표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월 31일부터 열릴 한ㆍ일 공동월드컵 대회도 지방선거 투표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지방선거를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인식한 정파들의 총력전으로 혼탁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 선거의 고질병인 극단적 지역주의와 색깔론이 선거를 극도로 혼탁하게 만든다면 치유할 수 없는 사회분열이 우려되기까지 한다.


올바른 투표가 지방선거 살리는 길

아름다운 장미도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 죽어버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도 우리가 관심을 갖고 돌보지 않으면 제 구실을 못하게 될 것이다. 지방자치를 살리는, 나아가 지방자치가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화려한 장미로 피어나려면 지방자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보다 커져야 한다.

그 첫걸음은 6ㆍ13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투표를 반드시 하되, 돈, 지역감정 선동, 색깔론 시비 등 비합리적인 요소에 휩쓸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손혁재 시사평론가·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입력시간 2002/05/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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