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6·13 지방선거 D-30] 경기지사, 대권 향방 가늠할 중요 좌표

진념·손학규 치열한 경쟁 수도권 불꽃 접전

민선 3기 경기도지사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민주당 진념 후보와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 양자 대결로 치러질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는 향후 대통령선거 결과를 가늠케 해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대선후보의 경기도 지지율은 전국 평균 지지율과 거의 비슷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차범위내 지지율, 예측불허

특히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민선 2기 선거의 복사판과 같아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에서는 민선 2기에 출마했던 손 후보가 다시 출마하고, 민주당은 임창열 후보에서 진념 후보로 ‘선수’가 바뀌었으나 두 사람이 선거 직전까지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는 등 공통점이 많다. 또 민주당의 후보 영입 과정도 지난 선거와 흡사하다.

한나라당은 민주당보다 먼저 후보를 결정했으며 후보 선출과정에서도 별 잡음없이 무난하게 결정돼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선2기 선거 때 임창열 현 경기지사에 24만여 표차로 고배를 마신 손 후보는 재기를 벼르고 있다.

반면 진 후보는 민주당 후보 경선 직전까지 출마여부를 고심한데다 임창열 지사가 당내 경선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손 후보에 비해 한 발 늦게 출발했다.

민주당은 진 후보가 경제통인 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민선 2기 때 성공했던 ‘임창열 카드’에 얼굴만 바꿔 경기도를 수성 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는 동시에 손 후보가 경기도에서 출생하는 등 연고가 깊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 있어 개표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손학규 29.5%, 진념 28.4%로 불과 1.1%포인트 차이를 보여 당선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진념후보 최대 경쟁력은 ‘경제’

진 후보측은 IMF체제 위기를 완전히 극복한 경제통이라는 점을 최대한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인구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경기도의 특성상 유권자들이 경제분야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진 후보와 최대한 접목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 후보가 유권자와 접촉할 때마다 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명도에서 상대 후보를 앞서고 있는 점도 진 후보 캠프는 강조했다.

공약에서도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진 후보는 경기도를 동북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축으로 개발하는 한편, 경기북부를 통일을 대비한 남북화해 협력시대의 전진기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진 후보는 “평생을 경제에만 메달려 솔직히 정치는 잘 모른다”며 “경기도민이 원하는 지사는 정치인이 아닌 본인 같은 경제 행정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진 후보가 비록 정치색이 옅지만 현 정부의 고위 관료 출신이라 게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정통성으로 공략하는 손학규 후보

손 후보측은 3선의 풍부한 정치경험과 대학교수 등을 지내는 등 진 후보에 뒤쳐지지 않는 ‘인물’이라는 포지티브 전략과 함께 현 정부의 실정과 권력핵심부의 부패 등을 강조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병행키로 했다.

또 상대 후보가 낙하산식 경선을 거친 점을 강조하고 자신은 경기도의 지역구 의원이라는 사실을 내세워 ‘정통성’에서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손 후보 캠프는 지난 도지사 선거 때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등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밝혔다.

손 후보는 또 ‘서울보다 살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지역 균형발전 ▦쾌적한 생활환경 ▦도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유권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손 후보는 “경기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각종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며 “도정 전반을 혁신해 살맛나는 도정을 구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 후보의 이 같은 전략이 유권자의 표심을 잡을 지 의문이다.

특히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돼 상대적으로 손 후보가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도는 신도시 개발 등으로 외지인 유입이 많은데다 유권자의 출신 지역도 고루 분포되어 있어 선거 직전의 여론에 따라 민선 3기 도지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가톨릭농민회 부회장 등을 지낸 재야운동가 출신의 김준기씨가 ‘범 진보진영 후보’라는 간판을 내걸고 도지사에 도전한다.


수원ㆍ분당등 기초단체장 열전

기초자치단체의 선거전도 불꽃 튀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 기초단체 중 최초로 인구 100만을 돌파한 수원시는 심재덕 현시장이 무소속으로 3선을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용서 수원시의회 의장, 민주당에서는 김태호 장안지구당위원장이 도전한다.

수원시는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돼 보석중인 심재덕 시장에 대한 2심 결과에 따라 판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5월 18일로 예정된 고법판결에서 심 시장이 징역형을 선고 받으면 사실상 출마할 수 없어 양자대결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분당 신도시를 끼고 있는 성남시에서는 김병량 현시장이 민주당후보로, 영화인 출신인 이대엽 전 국회의원이 한나라당 옷을 입고 나서며 정원섭 경기도의원은 무소속으로 도전한다.

구도시와 신도시간 표심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성남시는 백궁지구 아파트 특혜분양 물의로 현 시장의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깎이고 있다.

성남과 비슷하게 신·구도시가 병존한 고양시는 김성수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선 반면 한나라당은 후보 결정에 혼선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은 4월 9일 당내 경선 결과 황교선 현 시장이 강현석 중앙당 연수원 교수보다 1표를 더 얻었으나 경선 참여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해 29일 재선거를 실시했다.

재선거 결과 강 후보가 황시장을 100여표차로 앞섰으나, 황시장이 이의를 제기 조만간 중앙당이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인구 유입이 가장 많은 용인시는 민주당의 예강환 현 시장과 한나라당의 이정문 시의회 의장이 맞대결을 펼친다.

용인, 화성군수와 의정부, 용인부시장 등을 지낸 예 시장은 행정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으며 두 차례나 시의회 의장을 지낸 이 후보는 ‘토박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과천시에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후보 모두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기도청에서 국장을 역임하는 등 공통점이 많은데다 성씨마저 같아 유권자의 선택이 쉽지 않은 곳이다.

민주당의 여광혁 후보는 행시 22회 출신으로 경기도 환경국장과 과천 부시장을 역임했으며 한나라당 여인국 후보는 행시 24회에 합격한 뒤 경기도 건설도시정책국장과 용인 부시장을 지냈다. 한의사인 김인범 과천시의원도 나선다.

수원=송두영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2/05/17 14:06


수원=송두영 사회부 dg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