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6·13 지방선거 D-30] 서울시장, 김민석 vs 이명박 박빙의 승부

20~30대·여성은 金, 40~50대 남성은 李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민주당 김민석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벌이는 서울시장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여야간 최대 승부처이다.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약한 데다 유권자 수는 가장 많아 지방선거는 물론 향후 16대 대선의 향배도 가름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후보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다른 타 지역에 비해 가장 박빙의 차이로 혼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여야 모두 ‘서울목장의 결투’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김민석 기세에 이명박 뒷심으로 맹추격

30대 패기와 60대 경륜, 경제인 출신과 학생운동권 출신, 진보 개혁성향과 보수 안정 지향 등 모든 면에서 확연히 양극점에 서 있는 두 후보의 여론조사결과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민주당 김민석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오차범위내에서 근소하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달전 조사결과에 비하면 현격히 격차가 줄어들었고, 30~40%에 달하는 무응답층을 감안하면 선뜻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먼저 지난달 4일 코리아리서치의 전화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30.5%, 이 후보가 25.0%로 김후보가 5%포인트 이상 앞섰다. 또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김 후보 33.1%, 이 후보 26.7%로 조사돼 김 후보 측이 초반 기세를 잡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만 해도 민주당 지지율이 20.6%로 나와 한나라당(18.7%)과 자민련(1.3%)을 웃돌고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홍 3게이트’ 등 여권의 잇단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두 후보간의 지지율도 크게 달라지게 됐다.

지난 3일 동시에 실시된 두곳의 리서치전문기관 조사에서 한 곳에서는 35.1%의 김 후보에 비해 오히려 이 후보가 35.4%의 지지를 얻어 역전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다른 기관 조사는 김 후보(35.7%)가 이 후보(33.1%)를 여전히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6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김 후보(35.3%)와 이 후보(34.0%)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대중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로는 ‘잘못하고 있다’(57.0%)가 ‘잘하고 있다’(37.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대통령 아들들을 포함한 ‘게이트’의 여파가 두 후보간의 지지도를 크게 바꿔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조사의 표본오차는 대부분 95%에 신뢰수준 ±2.5% 포인트에 이르고 있어 오차범위내의 우위 여부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5~10%포인트까지 뒤지던 이 후보가 맹추격을 거듭해 지지율을 급상승시킨 것이 주목되는 최근의 변화상이다.


부동표 흡수 여부가 대세 가를 듯

두 후보간의 여론조사결과를 들여다 보면 지지계층도 성향과 출신지역, 연령대와 거주지별로 확연히 구분된다.

20~30대에서는 김 후보가, 40~50대에서는 이 후보가 상대를 압도했다. 또 여성은 김 후보, 남성은 이 후보 편이었으며 호남은 김 후보, 영남ㆍ강원 출신 응답자들은 이 후보 쪽에 섰다. 대체로 강남지역은 이 후보,

강북지역에서는 김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어느 조사결과에서도 세부내용은 비슷하게 나온 것을 감안한다면 유권자의 60~70%는 지지 후보가 투표날까지 바뀌지 않는 ‘부동표(不動票)’란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향방을 가를 열쇠는 이번 선거도 30~40%에 달하는 ‘부동표(浮動票)’ 흡수에 있다.

김 후보 측은 “자체 여론조사결과 50대 남성층과 강남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모두 앞서 있다”며 “기존의 여당 표에다 30%에 달하는 호남출신 유권자, 개혁성향의 20~30대 표를 합한다면 당선은 무난하다”고 밝혔다. 김 후보 측은 또 “선거가 임박할수록 TV토론회 등이 자주 열리게 돼 패기있는 김 후보쪽으로 부동표의 무게 추가 쏠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에비해 이 후보 측은 “역대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10% 포인트가량 앞서있다 해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뒤집히는 게 비일비재했다”며 “전례로 보아 무응답층의 70%이상은 야당 편에 서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측은 또 “조사결과 후보가 없는 자민련 지지자들 중 53%가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계개편이나 후보 단일화 등의 지각변동이 없는 한 승리는 우리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문가들은 “김 후보에게 절대 지지를 보내고 있는 20~30대의 투표율이 어느 정도 되느냐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라며 “여기에다 김 후보를 괴롭히는 ‘홍3게이트’의 여진이 빨리 마무리되느냐 여부도 당락을 가를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의도 민주당사 근처인 익스콘벤처타워에 캠프를 마련한 김 후보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이해찬 의원을 선거대책본부장에, 서울 출신 김성호 의원을 대변인으로 정했고 최근 조 순 전 시장도 김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 후보는 광화문 모건스탠리 빌딩에 캠프를 마련한 뒤 이재오 원내총무가 선거대책본부장, 오세훈 의원이 대변인을 맡았고 서울 출신 김영춘 원희룡 의원 등이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구청장 선거, 민주당 수세 국면

시장선거에 이어 구청장 선거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두번의 서울시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바 있지만 이번 만큼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 역대 기초단체장 선거를 분석해 보면 시장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구청장 선호도 함께 결정됐다. 즉 ‘시장이 O번이면 구청장도 O번’이란 식으로 패키지형 투표결과가 나왔다.

1995년 민주당 조 순 후보 당선시에는 25개 구청장 중 강남 서초를 제외한 23개 구청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98년 국민회의 고 건 후보가 당선될 때에도 자민련이 여당 연합후보로 나선 동작구와 한나라당이 차지한 5개구를 제외한 19개 구에서 국민회의가 승리의 깃발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방어에 나선 민주당이 오히려 수세에 몰려있는 형국이다. 송파 은평구청장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잇달아 패했으며 동작구 등 현역 구청장이 한나라당으로 입당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접전 지역으로 분류되는 송파 강동 노원구 등에서 1~2곳을 이기면 적어도 지난 선거때의 19곳은 무난하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가 선전하면 할수록 구청장 선거에서도 우위를 보이게 되므로 25개 구중 15개이상은 석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여야 선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여당 측의 관악ㆍ성동구 등과 야당 측의 강남ㆍ서초구 등을 제외한 접전지역은 시장 선거의 향배에 따라 당락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사회부 염영남기자

입력시간 2002/05/17 14:10


서울=사회부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