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혈투] DJ와의 차별화가 관건이다

이회창·노무현 경쟁을 보는 부산 정서와 표심 향방

최근 여ㆍ야가 대통령 후보를 확정함에 따라 어느 지역에서 어느 당의 후보를 지지하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특히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부산 지역을 이번 대선에서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총력전을 펼칠 기세다.

부산을 정치적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노무현 후보가 이 지역에서 기필코 승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맞서 이회창 후보 역시 부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장이 될 부산의 정치적 과거, 현재, 미래를 점검하고 한국의 정치기상도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독재에 저항한 민주화의 도시

역사적으로 부산은 외세에 저항한 민족 주체의 도시, 독재를 혁파한 민주화의 도시였으며, 부정에 항거한 저항의 도시였다. 이러한 역사성을 가진 부산의 정치 성향은 저항적 투쟁적 야당성을 1988년 13대 총선까지 보여왔다.

그러나 3당 합당(1990년), 14대 총선(1992년), 14대 대선(1992년), 15대 총선(1996년) 등에서 여당(민자당과 신한국당)이 부산의 전 의석을 휩쓸었으나 그 동안의 소외를 만회하기는커녕, 국가 파산 상태로 말미암아 서로 죄인인 양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여파로 한나라 당은 15대 대선(1997년)에서 패배하고 야당으로 전락하였지만 지역 감정의 유령을 이용, 계속 그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이처럼 정당은 저항과 민주화의 대의를 지켜온 자부심이 부산 정치 성향의 기저를 이루어 왔지만, 3당 합당이후 여당으로 입지가 바뀌어 짐에 따라 그 연속성은 단절되었다.

과거와 달리 지역감정의 포로가 된 투표 성향과 젊은 층의 정치 불신으로 인해 투표율이 격감하면서 기성 세대들에 의해서 정치가 좌우되고 있다. 전자는 대선과 총선에서 후자는 지방선거와 국민참여경선투표에서 보여지고 있다.


노후보에 아직은 부정적 시각

그런데 최근 대선 판도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노무현 돌풍이다. 동서화합과 정계개편으로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어 작은 거인에서 명실상부한 거인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 상황에서 노 후보에 대한 평가가 냉소에서 찬사로 변화하고 있는가? 냉정하게 평가하면 부정적이다.

부산 시민들의 정서는 현 정권 비판과 DJ에 대한 반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반 DJ 감정은 DJ와 그 주변 인물에게는 엄격한 반면, 그 반대의 경우에는 관대하다. 부산 사람들의 과거 이인제 지지나, 현재 이회창 지지는 바로 이 상대성의 발로이다.

따라서 노 후보가 부산 사람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DJ와 차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부산지역에서 이 후보와 노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두자리 숫자(지난해 12월)에서 한자리 숫자(올 3, 4월)로 좁혀졌다가 5월 11일에는 다시 두자리 숫자로 벌어졌다.

5월 11일 여론조사에서 부산시장 한나라당 후보 대 민주당 후보간의 지지율이 49.4% 대 15.0%로 나타났다. 비록 민주당 시장후보가 결정된 지 하루 만에 조사된 것이기는 하나 노무현의 지지도의 35%에 비하여 채 반도 안되게 나타난 것은 노풍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볼 때, 부산 시민들은 노무현 후보에게 아직 깊은 동질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과거 YS의 3당 통합을 희대의 사기극으로 비판해도 선거에서 지지한 것은 오래 동안의 동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후보에게는 아직 그러한 인간적 유대감을 느끼지 않는다. 바로 이 이질감에 가로 막혀 광주에서 노풍을 만들어 주어도 정작 부산에서 그것을 태풍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부산의 정치 민심의 현주소라고 과언이 아니다.


젊은층 참여여부가 선거기상도의 핵

이런 상황에서 부산의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향후 반 DJ정서가 그대로 노 후보로 전화되는가 아니면 노 후보가 홀로서기로 그것을 극복하느냐에 향후 정치 기상도가 결정될 것이다. 노 후보의 소박함, 친화력, 솔직함 등의 서민 기질은 부산의 기질을 그대로 갖고 있어 일정한 계기만 주어진다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부산의 정치기상도는 노 후보의 예보가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그의 예보가 적중하기 위해서는 젊은 층의 참여가 관건이다. 기존의 선거구도에서는 노 후보가 선언한 결과를 창출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부산의 선거 역사가 반증하고 있다.

정용하 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

입력시간 2002/05/1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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