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노무현의 고민

노무현 민주당 후보 진영은 요즘 고민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6ㆍ13 지방선거 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연합을 마무리 지으려던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는 부산이라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전략 요충지를 놓고 그간 적잖은 고민을 해왔다. 부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번 대선 최대의 승부처다. 노 후보는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자신의 개혁적 성향을 훼손하면서까지 YS를 찾아가 세 번이나 머리를 90도로 숙이며 협조를 청했다.

이를 두고 노 후보의 열성 지지 세력인 노사모의 회원들조차 노 후보측에 ‘3김 시대로의 회기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의 상도동 방문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김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YS는 선뜻 노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노무현 후보측은 YS와의 공조 결렬이 확실시 되자 지방선거와 대선 전략의 방향 선회를 시도하고 있다. 노 후보는 “그간 DJ와 YS의 화해를 전제로 추진해온 ‘신민주대연합’이라는 표현이 구정치세력이 다시 등장하는 과거 회귀적인 느낌이 들어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개혁세력 연합’이나 ‘민주개혁연합’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YS와의 연대를 통해 노풍을 확산 시키겠다는 당초 계획을 수정, 노 후보 특유의 개혁적 성향을 살리면서 민주계 세력을 끌어 안겠다는 공세적 의지의 표현이다.

한화갑 최고의원도 지난 주 노 후보의 정계 개편 구상에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자신의 민주당 대표직 포기는 물론, 당명 개정을 포함한 신당 창당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 대표는 JP와의 연대설이 나돌고 있는 이인제 후보까지 방문,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노 후보를 도와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또한 노 후보측 유종필 공보 특보도 김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는 아니라는 전제를 달면서 “김 대통령의 아들 관리는 정말 잘못됐다”고 말해 김 대통령과도 사안에 따라서는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노무현 후보의 이 같은 대선 전략 수정은 김 대통령 아들 비리로 인해 여론 지지도가 떨어지는 데 1차적인 이유가 있다. 노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기존 정치권과 차별적인 개혁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를 살려가느냐’ 아니면 ‘정치권과의 부분적 타협을 통해 야성을 순치 시키느냐’는 문제를 두고 고민해 왔다. 기로에선 노무현 후보가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하지 관심이 모아진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17 15:16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