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춘천 오봉산

다양한 산행의 묘미 "딱 여기네"

춘천을 여행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추억. 호반의 도시, 경춘가도, 춘천 가는 기차, 소양호…. 대부분 길과 물에 대한 것이다. 아니 어찌 보면 모두 물에 대한 기억일지도 모른다. 경춘가도와 춘천 가는 기찻길도 모두 북한강을 따라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춘천여행은 물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춘천의 명산 오봉산(779m)에 올라야 비로소 춘천의 그림이 모두 그려진다. 호수와 계곡, 적당히 가파른 암벽 등반로,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른 호수와 푸른 산록의 앙상블…. 재미있는 산이다.

오봉산은 5개의 봉우리가 형제처럼 나란히 있는 산. 예전에는 경운산 또는 청평산으로 불렸다. 청평산으로 불린 이유는 산자락에 들어있는 사찰 청평사 때문이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년)에 창건된 고찰. 많은 사연을 간직한 절이다.

극락전 등 많은 문화재가 있었는데 6ㆍ25때 모두 소실되고 지금은 보물 제146호인 회전문만 남아있다. 회전문은 ‘돌아가는 문’이 아니다. 윤회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한 청년이 공주를 사모했다. 상사병에 걸려 결국 목숨을 잃은 청년은 뱀으로 다시 태어났다. 뱀은 공주의 몸을 휘감고 놓아주지 않았다. 한 노승이 청평사 입구에 있는 구성폭포에서 목욕을 하라 일러주었고 공주는 스님의 말을 듣고 뱀을 물리칠 수 있었다.

회전문은 죽은 청년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 청평사 바로 아래에는 공주가 목욕을 했다는 구성폭포가 있다. 높이는 10여m 남짓.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힘있다. 모두 9가지의 물소리를 낸다고 해서 구성 폭포이다.

오봉산 등산길은 두 곳에서 시작한다. 화천군과 춘천시의 경계인 배후령과 청평사 입구이다. 일반 산꾼들은 청평사에서 올라 다시 청평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어느 정도 전문적인 산꾼들은 배후령에서 올라 청평사로 내려오는 길을 택한다.

춘천에서 양구로 이어지는 46번 국도 고갯마루인 배후령에서 시작한다. 헬기장-동북능선-정상을 오른 뒤 남쪽능선-홈통바위-갈림길-688봉-바위능선-청평사를 거쳐 청평사 선착장에 내려서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산행시간은 3시간20분.

배후령에서 올려 본 산은 깎아지른 기세. 갈 길이 아득해 보인다. 30분쯤 숨이 턱에 닿도록 오르면 1봉이다. 아침에는 호수의 물안개가 이곳까지 올라 주위를 가늠하기 어렵다. 1~4봉을 모두 거쳐 정상인 오봉까지는 오르락내리락 하는 능선길. 1시간 정도의 짧은 구간이지만 만만치 않다.

산행의 참 맛은 하산 길에 있다. 정상에서 청평사 선착장에 이르는 구간 내내 소양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움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 산세가 험하다. 쇠줄에 겨우 매달려 내려가야 할 정도이다.

그래도 군데군데 전망대 바위가 있어 숨을 돌리면서 산 아래 물길을 볼 때면 가슴이 트이곤 한다.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1시간 여를 내려오면 청평사. 고생은 모두 끝났다. 청평사에서 선착장까지 20여분 거리는 차가 다니는 대로다. 길가에 목을 축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북한강변에는 중도유원지, 위도유원지, 팔각정유원지 등이 있고 경춘가도에는 강촌유원지와 삼악산, 검봉, 봉화산과 등선폭포, 구곡폭포 등 볼거리가 많다. 경춘선 열차의 덜컹거림, 북한강변의 막국수집에서 닭갈비를 안주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는 기분…. 춘천 가는 길에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입력시간 2002/05/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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