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축구 전쟁의 역사

■ 축구 전쟁의 역사
사이먼 쿠퍼 지음. 정병선 옮김.
이지북 펴냄.

축구에는 마력이 있다. 사람들을 엄청난 힘으로 단결시키고 분열시키는가 하면 심지어 미치게 하고 살인과 전쟁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이 지상 최대 스포츠를 합리성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축구 전쟁의 역사’는 축구의 마력을 기록한 책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파이낸셜 타임스에 축구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30대의 한 축구 저널리스트가 남아공화국에서 영국까지 22개국을 발로 뛰며 건져올린 생생한 축구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한다.

저자는 9개월 동안 축구클럽 운영자, 정치인, 마피아, 기자, 축구선수 등을 만났다. 1994년에 처음 출판된 책이지만 축구에 얽힌 ‘본색’을 이해하는데 손색이 없다.

책 제목(원제는 Football against the Enemy로 우리말로는 적과의 축구 또는 축구, 적을 겨눈 게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에 ‘역사’란 말이 들어있다고 해서 이 책을 축구사나 그라운드의 영광을 다룬 책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축구를 둘러싼 사랑과 증오, 광기에 고정돼 있다. ‘전쟁’과 ‘against’란 단어가 동원된 것도 이 책의 이런 내용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축구에 얽힌 일화를 풍성하게 담고 있어 22개국의 축구문화를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란 점이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인들이 독일과의 한판승에 목숨거는 데는 나치치하에 들었던 치욕의 과거사를 설욕하고픈 무의식이 깔려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는 셀틱과 레인저스 양팀이 구교도와 신교도를 가르는 잣대 역할을 한다. 또 우크라이나의 한 축구 클럽은 핵무기까지 밀매를 하지만 국민들은 모스크바의 팀들을 격파한 공로를 감안해 이 같은 범죄행위를 묵인하고 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5/2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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