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연예인 단골 PC방 24時

손님 절반 이상이 연예인, 새벽까지 게임에 빠져 스트레스 날린다

연예계 스타들 중에는 의외로 게임마니아들이 많다. 이들은 바쁜 스케줄을 쪼개 틈나는대로 PC방에 들러 출근 도장을 찍는다. 게임을 하면서 날을 샌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방송가 주변에서 '스타(스타크래프트) 못하면 스타가 아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은 한두 개쯤 단골 PC방이 있기 마련이다.


압구정, 여의도 방송사 근처에 집중

연예인들이 자주 가는 곳은 주로 압구정 로데오 거리나 여의도 KBS별관 뒤편에 몰려있다. 이곳에 가면 잠을 못 자 눈이 퀭한 스타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연예인들끼리 악을 지르면서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넷츠플레이 PC방.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에서 소로를 따라 100m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 이곳은 평소 연예인들이 자주 출몰(?)하는 PC방으로 유명하다. 연예기획사들이 주면에 몰려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예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단골손님도 인기 댄스그룹 DJ DOC를 비롯해 가수 최진영, 탤런트 김찬우, 이유진 등 쟁쟁하다. PC방 관계자는 이들은 연예계에서도 알아주는 게임 마니아들로 스케줄이 없을 때면 으레 이곳에 들러 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특히 DJ DOC의 멤버들은 스케줄이 빌 때마다 식구들과 함께 이곳을 들른다. 워낙 자주 오다 보니 손님들 사이에서 "DJ DOC가 가게 주인인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게 이 관계자의 귀띔이다.

물론당사자들은 팬들의 애교로 받아들인다. 가장 최근 킴에 합류한 정재용은 "우낙 게임을 좋아해 평소 동료 연예인들과 자주 어울리다 보니 그런 소리가 나온 것 같다"며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게임도 못지 않게 즐긴다"고 말했다.

SBS시트콤 '여고시절'에서 담임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푼수 학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탤런트 이유진도 이곳의 단골손님이다. 요즘은 스케줄이 많아 뜸하지만 뜨기 전까지만 해도 발이 닳도록 이곳을 드나들었다.

대로를 두고 넷츠풀레이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스틸 PC방도 항상 연예인들이 북적댄다. PC방이라기 보다는 고급 카페를 연상케하는이곳에 들어가 보면 신세대그룹 코요테, NRG, 스페이스A를 비롯해 가수 신혜성, 탤런트 안재욱, 이동건 등의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

코요테의 멤버 김종민은 "스케줄 틈틈이 신지와 같이 이곳에 와서 게임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김종민에 따르면 연예인이란 신분 때문에 그 동안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도 컵라면을 먹을 수가 있어 좋다. 스틸의 이인용(29)대표는 "20세 미만 청소년들의 출입을 금해 왔다"며 "주 손님층이 성인이다 보니 연예인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웨만한 인기론 명함도 못 내밀어

이곳에 가면 연예인이라고해서 특별하지가 않다. 워낙 많은 스타들이 드나들다 보니 웬만한 연예인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손님들도 이제는 면역이 된 듯 연예인들이 눈챂을 지나가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회사원 성창용(32·자동차 세일즈)씨는 "이곳에 연예인을 봤다고 말하거나 사인을 받았다가는 창피를 당하기 쉽다"고 말했다.

방송국이 몰려있는 여의도 인근 PC방도 연예계 스타들이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촬영 틈틈이 시간을 내 PC방을 찾는 대표적인 게임 마니아가 개그맨 김용만과 지석진이다. 게임 경력 7년의 김용만과지석진은 여의도 방송가에서도 알아주는 단짝으로 통한다.

이들이 자주 만나 결전을 벌이는 곳은 마포에 위치한 바이킹 PC방. 둘 다 집이가까운 곳에 있어 촬영이 끝나고자주 이곳에서 만난다. 지석진은 "요즘은 뜸하지만 한때는 새벽 2시에 이곳에서 만나 게임을 하는 게 하루 일과였다"고 말했다.

개그 그룹 커트 삼총사는 대학로에 있는 PC방을 자주 찾는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이 많은 이들은 틈나는대로 PC방에 들러 게임을 즐긴다 특히 그 동안의 전적이 1,000승에 달하는 정성환은 자체적으로 게임단을 운영할 정도로 게임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한다.


■ 안왔다고? PC방에 연락해봐 - 게임에 몰두, 녹화에 늦는 일 다반사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촬영장에 따라 PC방을 옮기는 이른바 철새 연예인도 있다. 이들은 바쁜 스케줄 탓에 단골집을 갖지 못한다. 대신 촬영하는 장소에 따라 PC방을 옮겨 다닌다.

쉬는 시간마다 게임을 즐길 수 PC방을 물색하는게 철새들의 우선 과제. 대표적인 스타가 가수 이지훈이다. 제1회 연예인 스타크래프트 대회 우승자인 그는 게임에 관한 자타가 공인하는 고수다.

그러나 요즘은 빽빽한 스케줄 탓에 좀처럼 PC방을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안이 현지 조달인 것이다. 그는 요즘 촬영 때마다 주변에 가까운 PC방을 체크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KBS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왕건의 책사 최응역으로 인기를 모았던 탤런트 정태우도 촬영 틈틈이 PC방을 찾는 게임 마니아다. 좋아하는 게임은 '피파 2002'. 평소에도 축구를 즐기는 그는 요즘 이 게임에 푹 빠졌다.

예쁘장한 외모와는 달리 지기를 죽기보다 싫어한다. 그는 "승부욕이 강한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비록 게임이기는 하나 지기는 절대 싫다"고 말했다.

물론 게임에 푹 빠져 녹화시간을 놓친 연예인도 한 두 명이 아니다. 개그맨 김용만의 매니저 황용만씨는 "얼마 전 녹화를 앞두고 용만 형이 오지 않아 애를 태운 적이 있다"며 "알고 보니 게임에 열중한 나머지 촬영 시간을 잊어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2/05/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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