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큰꽃으아리

탐스럽고 화사한 숲속의 미인

달력은 아직 봄인데 날씨는 여름날씨 같다. 올해는 꽃들이 피어나는 속도가 예년보다 한달씩 차이가 나기도 해서 여러 조사 계획들을 세웠다. 그리나 숲 속의 식물들은 어느새 그 혼란을 극복하고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예전의 질서를 점차 회복하고 있는 듯 싶다.

큰꽃으아리는 바로 이즈음 피기 시작한다. 숲가에서 다른 식물들과 적절하게 얽혀가며 꽃을 피워내면 너무 큼직하고 탐스러우며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 ‘우리에게 이런 꽃이 있었나? 왜 아직까지 몰랐나’라고 스스로 반문을 할 만큼 깜짝 놀란다.

큰꽃으아리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덩굴성 나무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는데 아주 깊어 우거진 숲 속도 아니고 그렇다고 척박한 산등성이도 아니고 좋은 숲의 가장자리 정도에 자란다.

지금쯤 피기 시작하는 꽃은 지름이 8∼10cm정도로 아주 큼직하며 흰색이거나 약간 상아빛이어서 한번만 보아도 시원하고 아름답다.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들은 꽃잎과 꽃받침이 따로 구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꽃잎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부분을 그리 부르지 않고 그냥 화피라고 한다. 큰꽃으아리는 이 화피가 6∼8장으로 비교적 많이 달리고 그 끝이 뾰족하여 개성있는 모양을 만든다. 안쪽에는 여러 개의 꽃밥이 납작해진 수술과 끝 부분에 털이 달린 암술도 엿볼 수 있다.

가을에 익어가는 열매는 갈색 털이 가득한 긴 암술대가 그대 남은 채 둥글게 모여 달려 언뜻 보기에는 할미꽃의 열매를 연상시킨다. 할미꽃과 큰꽃으아리는 자라는 모습이나 키와 꽃의 색깔들이 전혀 다르다. 심지어 나무냐 풀이냐도 서로 다르다. 하지만 같은 과(科)에 속하는 식물인 것을 기억해 낸다면 비슷한 모양의 열매가 달리는 것이 하등에 이상할 것이 없다.

전자연(轉子蓮)이라고도 하고 지방에 따라서는 개미머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꽃을 보아도 덩굴에 잎 달린 모습으로 보아도 개미머리에서 연상되는 왜소함은 없다. 그리 부르게 된 다른 이유가 있을 터인데 아직은 알 수 없다. 영어로는 라일락 클레마티스(Lilac Clematis)인데 라일락처럼 아름답고 향기롭기 때문일 것이다.

한방에서는 비슷한 식물들의 철선련(鐵線蓮)이라 하며 약으로 썼는데 통풍, 중풍, 황달, 이뇨, 통경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큰꽃으아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관상적인 가치 때문일 것이다. 도시에는 식물을 심을 만한 흙 땅도 별로 없다. 있어도 비싼 땅에 식물을 심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회색의 도시속에서 자연에 대한 동경은 날로 높아지고 있어 그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덩굴성이다.

구조물이나 담이나 벽을 타고 올라가는 덩굴성 식물들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아주 좋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또 큰꽃으아리처럼 꽃이 특별히 아름답고 풍성한 덩굴식물들은 분에 담아 지지대로 모양을 만들며 키우므로 정형화된 모양을 하고 있는 기존의 나무들에 비해 훨씬 다양한 모양을 구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러 저래 관심이 높아진 덩굴식물, 그 중에서도 큰꽃으아리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꽃을 가진 우리 꽃이니 앞으로 이 식물의 주가가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이즈음 산행에서 큰꽃으아리를 한번 발견하고 감상하기를 목표로 삼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입력시간 2002/05/23 14:4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