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개그 펀치] 이경영은 불륜 전문 배우?

연예인들이 연기나 노래를 통해서 만나는 작품은 대단히 중요하다. 몇 년씩 무명으로 지내다가 한 작품으로 한방에 뜨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인이 단 한번에 뜨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게 평생의 짝을 만나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모 남자 톱 탤런트는 TV로는 언제나 성공을 했지만 영화진출은 번번이 난파를 당했다. 그가 선택한 영화는 흥행에 철저히 실패했고, 그가 양손에 들고 고민하다 버린 작품들은 모두 하나같이 대박을 터뜨리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속된 말로 환장하고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닌가.

연예인들은 우스개 소리로 자신의 작품에 따라 자신의 팔자도 따라가는 것 같다고 말할 때가 있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는 한 유명한 가수가 죽자 혀를 끌끌 차며 ' 허긴, 사람이 허구헌날 슬픈 노래만 부르더니 기어이 제명대로 못살고 가네.' 하셨다.

할머니 눈에 매일 슬픈 곡조만 읊조리는 그 가수가 공연히 슬퍼보이고 청승을 떨어대는게 불안해보였다는 것이다. 뭔가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오랜 세상사의 경험에서 오는 보이지않는 혜안이 그에게 일찍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가수 장덕이 그 젊은 나이에 죽고나서 우연히 그녀의 노래를 들었었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낮게 울려퍼지는 '예정된 시간을 위하여'란 노래를 듣고 있자니 나도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시간이 됐어요….' 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장덕이 그녀의 죽음을 예감하고 만든 노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만큼 처연해서 계속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뒷통수가 당기는 듯한 느낌 때문에 라디오를 끄고 나서야 조금 두려움이 가셔졌다면 내가 너무 심약해서일까.

가수 유열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많은 인기를 누렸고 만만찮은 히트곡도 가지고 있다. 그가 지금은 가수보다는 DJ라는 직함으로 사람들 머리속에 인식되어가고 있다. 언젠가 그가 농담처럼 자조적으로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가수들은 노래 제목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돼요. 제가 '화려한 날은 가고' 라는 노래 불렀잖아요. 근데 진짜 그노래 뒤로는 히트곡이 없었어요. 정말 제목대로 화려한 날은 가고 만거죠."

오래전 인기를 누렸던 가수 차중락도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이라는 심상찮은 제목의 노래를 부르더니 요절을 하고 말았다. 우연의 일치이고 말 많은 이들이 지어내는 쓸데없는 만담처럼 하잘것없는 것이라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도 정교한 올가미같다.

연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무조건 작품을 잘 만나야 한다. 작품을 잘 만나면 평생의 짝을 만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커플이었던 사람들이 실제로 사랑이 싹터서 결혼까지 이른 경우도 많다. 차인표-신애라, 이재룡-유호정, 김호진-김지호 커플이 대표적이고 최근엔 가수 윤도현이 뮤지컬을 했을 때 함께 남녀 주인공을 했던 여배우와 결혼을 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최근 배우 이경영의 사건은 '말이 씨가 된다'라는 연대 미상의 명언이 딱 들어맞아버리는 기막힌 사건이었다. 여고생을 성매매하고 영화 출연을 미끼로 성상납을 받았다는 이유로 현재 붙잡혀서 수사를 받고 있는 이경영이 출연했던 드라마가 공교롭게도 모두 불륜이 주제를 이루는 것이었다.

'불꽃' '푸른 안개'등은 모두 주인공인 이경영이 불륜에 빠져 방황하는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속편 역시 이경영이 불륜의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니 영화 홍보사의 고민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작품대로 간다더니 연기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불륜 전문 배우'라는 찬사가 더 이상 찬사가 아니게 됐다. 그가 제작한 영화 '몽중인'을 '몽정인'으로 바꿔야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앞에서 이경영이 세상살이의 아이러니를 딛고 일어나 건전하고 당당한 연기자로 다시 서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장덕균

입력시간 2002/05/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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