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정책의 막후실력자는?

워싱턴 포스트는 5월 14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리처드 펄 국방자문위원에 의해 막후 조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지 부시 전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현재 공화당의 전통적 외교정책을 대변하는 스코크로프트가 부시 정부 외교정책의 두 배후 실력자 가운데 한명이며, 또 다른 한명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관리로 정적들에 의해 ‘어둠의 왕자'로 불렸고, 지금은 신보수주의 강경 외교정책의 지도적 인물인 펄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워싱턴 정가에선 온건파로 분류되는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과 매파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간 내부 다툼이 회자되고 있지만 이들은 펄과 스코크로프트가 국제무대를 상대로 수 십년째 벌여온 체스경기의 볼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펄과 스코크로프트는 모두 부시 현 정부에서 비교적 힘이 없는 자문위원직을 맡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또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사 라이스 외교안보보좌관의 마음을 사로 잡기위해 경쟁을 벌이는 현 정부 관리들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펄을 필두로 하는 강경파 진영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인 루이스 리비, 에릭 엘더맨과 함께 국가안보회의의 엘리엇 에이브럼스, 로버트 조지프 등이 가세하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럼스펠드 장관 외에도 폴 월포위츠 부장관, 더글러스 페이스 차관 등이 펄 진영으로 분류되며, 국무부에서도 존 볼튼 차관이 강경파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반면 스코크로프트의 온건진영에는 국무부에서 파월 장관외에 리처드 아미티지부장관, 리처드 하스 정책실장, 부서내 서열 3위인 마크 그로스먼 등이 있다. 또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존 네크로폰테 유엔대사, 앤서니 지니 중동특사가 스코크로프트 진영으로 분류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스코크로프트 진영이 수적인 면에서나 중량감에서 펄의 강경파에 열세인 것으로 평가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그나마 온건파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부시 현 대통령은 부친과 외교정책 협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코크로프트와 펄의 대립은 1975년 헬싱키 협정을 둘러싼 강온대립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민주당의 헨리 잭슨 상원의원과 그의 보좌관이던 펄은 헬싱키협정이 "소련에 대해 너무 온건하다"며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의 협정 서명을 반대했다.

포드 대통령의 측근이던 체니와 럼스펠드는 당시 스코크로프트를 지지했으나 신보수주의 경향의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펄 진영으로 돌아섰다. 현재 온건파와 강경파간 힘겨루기에서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보좌관은 중재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입력시간 2002/05/23 15:3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