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선도 우파가 승리

좌파 노동당 정권 8년 집권 막 내려

5월 15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온건 우파인 기독교 민주당이 제1당 자리에 올랐고 빔 콕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현 45개 의석이 23석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참패를 당했다. 이에 따라 8년 간 집권해 왔던 좌파 노동당 정권이 막을 내리고 리스트당 기민당 자유당 등 우파 3당으로 구성된 연립정권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총 150개 의석이 걸린 이번 선거에서 기민당은 1998년 총선보다 14석이 늘어난 43석을 얻었고 리스트당은 26석을 확보하며 제2당에 올랐다. 그러나 노동당과 연정을 구성 중인 자유당은 38석에서 23석으로 줄었다. 네덜란드 총선 결과는 1994년 이래 노동당과 자유당이 마약과 이민 증가, 복지 남용, 느슨한 치안 문제 등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비판 여론을 가볍게 여기는 정책을 펴온 데 대한 심판으로 해석된다.

1당을 차지한 기민당의 얀 페터 발케넨데(46)는 극우 리스트당 및 자유주의적 성향의 우파 정당인 자유당과의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차기 내각의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남부 카펠레 출신으로 법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발케넨데는 1998년 의회에 진입, 중앙 정치 무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참에 속한다.

그는 기민당 TV 및 라디오 방송국 경영진과 암스텔벤 시의회 의원을 거쳐 기민당 대변인을 지냈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철학 교수로 아직도 대학에서 1주일에 한 번 철학 강의를 하고 있는 발케넨데는 ‘걸어다니는 사전’으로 불릴 정도로 박학 다식해 당내의 과학연구 관련 보고서 등을 도맡다시피 작성 해왔다. 기민당은 1994년 권력에서 밀려난 뒤 오랜 당내 권력투쟁으로 피폐화된 가운데 지난해 10월 발케넨데를 만장일치로 당수로 선출했다.

발케넨데는 이후 힘있고 단순한 언어를 구사, 기존 직업 정치인들에 비해 신선한 느낌을 시민들에게 줬다. 외모가 어려 보이는 그는 영화 ‘해리 포터’에서 주인공역을 맡았던 소년 배우 대니얼 래드클립과 나란히 사진을 찍는 등 기민당의 보수적 분위기와는 다른 대중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심기에 주력해왔다.

입력시간 2002/05/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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