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전략적 동반관계 구축

핵무기 감축협정에 합의, 냉전시대 유물 청산 의미

미국과 러시아가 21세기 양국간 새로운 전략안보의 기본 틀이 될 핵무기 감축협정에 합의했다. 이로써 양국은 이를 계기로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을 청산하고 적대관계에서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이번 협정은 조지 W 부시 외교의 핵무기 일방감축 공약과 러시아의 경제적 곤경이라는 국제외교 여건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새로운 미사일 방어체제와 대외 군비통제 체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번 협정을 중국 등 주요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무기 규모와 전력 개발을 견제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2012년까지 현재의 30% 수준으로 감축

양국은 24일 열릴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앞서 핵무기 감축문제를 놓고 협상을 해왔는데 존 볼튼 미국 국무부 차관과 게오르기 마메도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5월 13일 모스크바에서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양국은 제1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I)에 따라 현재 각각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 6,000기를 10년 뒤인 2012년까지 1,700-2,200기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미국은 6,000기, 러시아는 5,5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핵무기 감축협정 서명을 통해 냉전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의 관계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와 부시 대통령의 관심이 없었다면 합의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일부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고 저장하는데 반대해왔으며 미국이 구두 합의를 주장한데 대해 정식 문서로 합의해 의회의 비준까지 받을 것을 요구해 왔다. 따라서 이번 합의 내용은 일부 핵무기의 저장에서 러시아가 양보하고, 정식협정이라는 형식에서 미국이 양보해 양국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23~26일 부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러시아 방문 때 핵군축협정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들은 이와 함께 워싱턴-모스크바간 새 전략 안보관계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전반에 관한 기본원칙을 담을 공동선언문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새 군축협정은 무엇보다 세계 핵강국인 양국이 1945년 2차 대전 종전이후 동서냉전의 대결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협력구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양국은 핵무기 보유 및 비축에 따른 국방부담을 줄여 현대전에 걸 맞는 국방개혁과 군사비 감축을 통해 국방예산과 경제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미ㆍ중국 겨냥한 군사외교행보에 탄력

특히 미국은 핵무기 감축을 통해 러시아와 새로운 동반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부시 정부 출범 후 주적으로 상정해 온 중국을 겨냥한 군사외교행보에도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또 부시 대통령은 향후 테러전 확전에 대비, 러시아 등을 포함한 국제 연대를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탈 냉전 후 전략적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양국간의 핵무기 감축합의는 지구상 대량 파괴무기(WMD)의 제거를 위한 중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은 1969년 11월 전략무기 제한협정(SALT)을 체결하기위한 협상을 시작한 후 1972년 SALT 1, 1979년 SALT Ⅱ를 체결하는 등 핵무기를 감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양국간 첫번째 노력의 결실은 1972년 모스크바에서 체결하여 같은 해 10월 효력이 발생된 SALTⅠ이다. SALT 1은 크게 탄도탄 요격미사일(ABM)협정과 공격용 무기에 관한 잠정협정(Interim Offensive Arms Agreement)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국은 72년 11월 제네바에서 SALT Ⅱ 협상에 착수했다. 이 협상은 SALT 1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다탄두 개별목표 재돌입 미사일’(MIRV) 등의 기술 개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으나 양국간의 견해차이로 협상이 지연되어 오다 결국 79년 6월 SALT Ⅱ를 체결할 수 있었다.

SALT Ⅱ의 주요 내용은 수적 균형 유지를 위해 양국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해상발사미사일(SLBM)의 숫자를 1981년 1월까지 2,250기로 감축하고 새로운 공격용 전략 핵무기의 개발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 협정은 당시 소련의 백파이어(Backfire) 중폭격기와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의 제한에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전략 핵무기의 총체적인 양에 있어서 동등한 감축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1982년 구소련과 첫 감축협상

그러나 이 협정은 미 국내에서 발사중량의 비(非)제한과 불분명한 핵무기 파괴력의 산정 기준의 부재 등으로 인한 비난이 거세게 일자 82년 5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에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제의했다.

START 1의 주요내용은 ① 미러 양국은 조약에 따라 전략 핵무기 감축이 완료되는 시점인 2001년에 각기 1,600기의 ICBM, SLBM, 중폭격기를 보유하며 ②이들 발사체에는 각국이 6,000기의 핵탄두를 배치할 수 있고 ③미사일의 발사중량은 각 미사일당 3,000톤으로 제한하고 이에 따른 산정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START Ⅰ이 체결된 지 한달 만인 91년 8월 소련에서 쿠데타가 발생함에 따라 소연방이 붕괴, 해체되자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소 연방 구성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면서 START Ⅰ 보다 큰 폭의 전략 핵무기 감축을 위한 START Ⅱ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양국은 93년 1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핵무기사상 획기적인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START Ⅱ를 조인했다. 양국은 △각각 3,000개 또는 3,500 개 이상의 ICBM,SLBM,중폭격기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2003년 말까지 모든 전략 핵무기의 운반체의 운용을 중단하고 △모든 지상용 MIRV를 제거하고 △러시아의 모든 SS-18 미사일을 해체하기로 했다.

이 협정은 미국이 이미 의회의 비준을 마쳤으나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과 관련, 비준을 지연시키고 있어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이 새로운 핵무기 감축에 합의한 것은 향후 범세계적인 핵 무기 및 핵 물질 감축 내지 제거 노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최대 250기 핵탄두 보유 추정

그러면 일부 핵개발 의혹 국가들은 어느 정도 규모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까. 인도는 1974년 핵실험을 시작한 이래 현재 60-250기 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1998년 핵실험을 실시한 이래 보유탄도 수가 10기에서 최대 150기에 이른다. 아울러 이스라엘도 핵탄두 100여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NPT에 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북한은 적어도 2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영변 핵연구센터는 미국과 맺은 1994년 제네바 협정으로 활동이 중단됐다.

이란은 향후 5-10년 내 핵 폭탄을 생산해 낼 것으로 의심 받고 있으며 이라크는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1991년 이래 유엔사찰단 조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리비아는 수 차례 핵무기 획득을 시도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 알래스카에 미사일 요격 지하격납고 착공

미국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에서 탈퇴하는 6월 14일 알래스카에 미사일 요격을 위한 지하 격납고를 착공한다.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 국장인 로널드 카디시 공군중장은 또 ABM 탈퇴에 따라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의 일부인 추가 레이더를 시험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돼, 7월 미사일 요격 시험에서 이지스함의 미사일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디시 중장은 이번 시험은 ABM 조약이 특별히 금지해 이전에는 한번도 실시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의 미사일 요격기용 지하격납고 건설작업은 ABM 제한규정과 충돌했던 프로젝트다.

2004년 9월까지 5기의 미사일 요격기용 격납고와 관련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끝나면 페어뱅크스 인근의 포트 그린리에 있는 이 현장은 비상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은 2003년 국방예산에 미사일 방어 예산 78억 달러를 포함시키고, 향후 4년간 미사일 방어에 총 300억 달러 이상을 책정하는 예산안을 마련했다.

입력시간 2002/05/23 15:4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