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데스크의 눈] 노 후보는 재신임 받을 각오를 해라

[데스크의 눈] 노 후보는 재신임 받을 각오를 해라

노풍이 요즘 잠잠하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 때문인지 노풍의 진원지인 광주에서 열린 5ㆍ18 행사와 5월 19일 석탄일 봉축 법요식 등에 불참했다. 노 후보측은 감기몸살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자신의 지지도가 떨어진 것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함께 향후 대선 레이스에 임하는 자세를 다졌을 것으로 보인다.

질풍노도처럼 인기가 치솟던 노 후보의 기세가 꺾인 것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되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회동한 이후부터다. 노 후보가 염두에 뒀던 ‘신민주대연합’을 위해 YS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였으나 여론은 이 같은 모습에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노 후보는 YS가 묵시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것이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악수(惡手)를 둔 형국이 됐다. 특히 부산시장 후보로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을 추천했으나 YS는 자신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박 의원 대신 한이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낙점(?)했다.

노 후보가 이 과정에서 자신이 의도한 대로 박 의원을 후보로 내세우지 못했다면 차라리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던 문재인 변호사를 후보로 선택한 것이 오히려 나았을 것이다. 노 후보는 YS에 지나친 미련을 가졌고 자신이 민주당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소신을 꺾은 셈이 됐다.

노 후보의 두 번째 실책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못 설정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김 대통령은 ‘홍3게이트’로 더 이상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DJ 정권의 부정부패로 민심은 등을 돌린 지 오래 됐으나 노 후보는 아들 문제와 관련해 DJ를 강력하게 비판하지도 못했다.

DJ와의 정치적 의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정(失政)한 정치 지도자와의 관계 유지는 어차피 현실 정치에서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 측이 “노 후보는 김대중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냐”고 공격하는 빌미만 제공한 셈이다.

노 후보는 호남 지역의 정서를 의식하고 있지만 DJ와의 단호한 결별을 먼저 선언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노 후보의 또 다른 실책은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다. 검찰을 ‘한나라당의 시녀’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부산 경남 울산지역의 지자체 선거에서 한명이라도 당선시키지 못한다면 후보에 대한 재신임을 받겠다고 공언하는 등 향후 파장을 고려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노 후보의 대선 레이스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민주당의 거당적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한화갑 대표와 노 후보의 관계는 매끄럽지만 당내에는 아직도 경선 후유증과 함께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동교동 구파들이 조직 내부에 그대로 있는 상태다. 이들은 노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지 않는 등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노 후보의 정책적 비전에 대해 의원 총회에서도 지지 또는 확대 발전시켜야 하며 최고위원회의도 노 후보와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뒤뚱거리는 노 후보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의 티셔츠는 한 벌에 40만원을 넘는 최고급 외제 골프웨어”라면서 “의료보험료를 3만8,000원 밖에 내지 않는 노 후보가 40만원짜리 외제 티셔츠를 입는 것이 웬 말이냐”면서 노 후보를 ‘위장 서민’이라고 꼬집고 있다.

결국 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자신의 원칙과 소신에 충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풍이 불게 된 이유는 노 후보가 3김 시대를 청산하고 낡고 부패한 우리 정치를 새로운 변화시키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시대는 항상 새로운 영웅을 원한다. 현 시대는 변화를 원하고 있다. 3김 시대의 폐해로 우리 정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나 노 후보나 이 같은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만이 대권을 잡을 수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노 후보는 부산 경남 울산 지역의 지자체 선거에서 모두 패배할 경우 재신임을 받겠다는 약속을 지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임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장훈 주간한국부 부장 truth21@hk.co.kr

입력시간 2002/05/24 14:00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6월 제2830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6월 제2830호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