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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대권을 결정한다] 盧·李 사활 건 40대 표심잡기

[40대가 대권을 결정한다] 盧·李 사활 건 40대 표심잡기

몸은 보수·가슴은 개혁 양면성, 방황하는 샌드위치 세대

“우리 사회에 불혹(不惑)은 없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40세를 ‘세상 일에 정신을 뺏겨 갈팡질팡하는 일이 없는 나이’라며 ‘불혹(不惑)’이라 했다. 그렇다면 21세기 이 땅 한반도에 살고 있는 40대 한국인들은 과연 공자의 말처럼 세상 일에 미혹함이 없을까.


대선 최대 변수로 부상한 40대

올해 최대 관심사인 대통령 선거에서 40대 표심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자의 말에 따르면 40대는 세상 사에 흔들림이 없는 이 사회의 중추 세대다. 하지만 우리 40대들은 가슴으론 개혁을 추구하면서, 몸은 보수에 남아 있는 양면적 모습을 띄고 있다.

스스로를 ‘샌드위치 세대’라고 부르는 40대들은 예전 군사독재 정권 때처럼 ‘독재와 민주’라는 선악의 구분이 명확했던 시기에는 서슴지 않고 ‘민주와 개혁’ 편에 섰다. 하지만 이번 대선처럼 ‘중도 개혁과 중도 보수’라는 애매한 대결 구도에서 이들은 방황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이 한창 불붙었던 3월 초부터 실시해온 대통령 후보의 여론조사 변화 추이는 이런 우리 사회 40대들의 사상과 정체성, 그리고 현재적 사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앙 언론사들과 정당이 실시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 사이의 지지도 변화가 공교롭게 40대 표심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3개 월여 간의 여론 조사를 종합하면 20ㆍ30대는 일관되게 노무현 후보를, 50ㆍ60대는 변함없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유독 40대는 정국 변화에 따라 큰 폭으로 움직이며 두 후보간의 지지도 변화를 좌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5월 10일 전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46%로 3월 말(53.8%)에 비해 7.8%나 낮아진 반면, 이회창 후보는 39%로 3월(30.8%)에 비해 8.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노 후보의 하락이 다름아닌 40대의 이탈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3월 말 조사에서 40대 응답자들은 노 후보에 55.4%를 기록, 이 후보(31%)에 큰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8.2%로 노 후보(37.1%)를 앞섰다. 40대에 대한 노 후보 지지도가 18.3%포인트 낮아진 반면, 이 후보는 17.2%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진폭 큰 표심, 대선 관전포인트

리서치앤리서치(R&R)가 노풍이 한창이던 3월 19일 노무현-이회창-박근혜 3자 대결 구도를 조사했을 때 40대 연령층의 노 후보 지지율은 45.7%였다. 그러나 4월 2일에는 40.5%, 20일에는 37.8%로 속락, 33일만에 무려 7.8%포인트나 떨어졌다.

이에 반해 이 후보에 대한 40대 지지율은 같은 기간에 7.4%포인트(27.2→34.6%)가 상승했다. 이 후보의 전통적 지지층인 50대 이상의 지지율 상승(9.5%)에 이어 두 번째로 상승 폭이 컸다.

같은 기간 노 후보의 30대와 50대 지지율은 각 2.2%, 2.3%포인트 하락하고 20대 지지율이 13.1%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40대 지지율의 진폭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40대는 정치적 기호 변화가 큰 탓인지 무응답률도 매우 높았다.

R&R의 강흥수 본부장은 “40대는 민주당 지지가 적었으나 노풍이 불면서 갑자기 노 후보 쪽으로 지지도가 몰렸다가 다시 무응답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40대 표심의 향배가 부산ㆍ경남 지역의 민심, 20대 투표율과 함께 이번 대선의 3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자의 말에 따르면 미혹(迷惑)함이 없어야 할 우리 40대들이 이처럼 양면성과 가변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대의 40대들은 6ㆍ25 한국전쟁이 포연이 자욱했던 1953년부터, 5ㆍ16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에 오른 1962년까지 격변의 시기에 태어난 세대다.

당시 전후 베이비 붐과 함께 세상에 나온 이들은 10대 청소년기에 박정희 전대통령의 3선 개헌(1969년), 한ㆍ일 국교정상화와 월남 파병, 계엄령에 이은 유신 선포(1972년) 등의 독재정권의 각종 전횡과 이에 항거하는 지식인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자들의 격렬한 생존권 투쟁을 함께 보면서 성장했다.


격변의 성장기, IMF 땐 희생양

우리 사회 40대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의 저격 사건과 판문점 도끼만행 등 남북 초긴장의 대치를 몸소 경험했고, 국제적으로도 동서 냉전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에 청년기와 성년기를 보냈다. 경제적으로도 피폐했던 전후 시대의 혹독한 빈곤을 체험했다.

1960~1970년대의 제5차 경제개발계획과 중동건설 붐 등 성장 제일주의의 시대를 보면서 자란 40대들은 1990년대 중반 경제적 풍요를 맞을 무렵에 IMF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경제 국란도 겪었다. 1997년 IMF 당시 이들은 35세에서 44세로 이 사회를 이끄는 중추 세력이었지만, 부와 여유를 향유할 겨를도 없이 명예퇴직 당하고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야 했던 불행한 세대로 전락했다.

언론사의 한 40대 중견 간부는 “이 시대 40대들은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목표를 향해 국가와 국민이 앞만 보고 매진하던 시대를 살았던 세대라 사고의 기저에는 보수적 성향이 깔려 있다”며 “그럼에도 40대들은 당시 전세계적인 큰 흐름이었던 ‘스튜던트 파워’, 히피 문화, 좌파운동 등의 영향을 받아, 심정적으로는 개혁과 변화를 무척 동경하면서 살아온 세대라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특히 1980년 ‘서울의 봄’ 때 그간 억압돼 왔던 자유, 민주, 인권에 대한 열망이 한꺼번에 봇물처럼 터지면서 40대들은 한때 스스로를 ‘개혁 세력’이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386세대를 따르는 듯 하면서도, 몸은 50,60대의 보수 세력에 있는 양면성을 갖게 됐다”며 “이번 대선에서 40대들은 투표 성향은 당시 경제ㆍ정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을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40대 공략이 대선전략의 핵

이에 따라 각 대선 후보들은 선거의 결정적인 영향을 줄 40대 표심 잡기에 나섰다. 각 후보 진영은 지역별, 연령별, 특히 유동층인 40대 민심의 정밀 분석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40대 지지도가 역전된 노무현 후보측은 어떻게 하면 이탈한 40대를 다시 끌어들일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노 후보측은 40대가 ‘몸은 아날로그, 생각은 디지털’ 상태로,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끼어 있는 세대’라고 분석한다.

노 후보측은 40대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는 경제적, 신분적 안정 문제라고 파악한다.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안정ㆍ보수’로 흐르고, 경제가 불안해지면 ‘변화와 개혁’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노 후보측은 적어도 대선이 있는 올해 12월까지 40대들이 변화의 트랜드를 갈망할 것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노 후보측은 40대들이 우리 사회의 실질적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주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노무현 후보의 선거 기획을 맡고 있는 이광재 팀장은 “40대는 1987년 6ㆍ10 항쟁 당시 거리로 나와 ‘독재 타도’를 외쳤던 화이트 칼라들로 구시대 정치를 청산하는 정권 및 세대교체를 희망하는 세대”라며 “이들은 이회창 후보처럼 이미지와 쇼 정치를 거부하고 노 후보처럼 건전한 정책 대결을 원하는 계층”이라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여론 선행지수에는 고학력 계층의 지지도와 호감도 및 혐오도 분석이 중요한데 노 후보는 호감도가 높은 반면 이회창 후보는 혐오도가 월등히 높아 현재 이회창-김대중 대결 구도가 지자체와 국회의원 보선이 끝나고 사라지면 노 후보 지지도가 월등하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앞으로 원숙한 개혁, 확실한 세대교체, 원칙 있고 표준화된 국가 만들기 등의 노 후보의 고유 브랜드를 강화하면 대선에서 필승 한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역시 유동층인 40대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후보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여의도연구소의 곽창규 박사는 “우리나라의 40대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핵심 역을 수행한 중추 세력이면서도 보수적인 성향을 많이 띄고 있다“며 “특히 경제 성장과 냉전체계에서 교육을 받아 온데다 IMF로 희생된 대표적인 세대라 개혁 의지와는 맞게 않게 행동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박사는 “우리 40대들이 이회창 후보가 다소 보수적이라고 생각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이 후보가 지금까지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국가에 대한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간다면 부동층에 있던 40대가 이 후보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박사는 “이 후보가 합리적 개혁을 추진한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선거 전략”이라고 말했다.


고정된 가치기준 아직 정립안돼

문정인 연세대 교수(국제대학원장)은 “어느 사회든 40대들은 진보와 보수의 양면 가치를 함께 갖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우리 40대들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자위하면서도 실제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그런 불행한 세대”라며 “이들은 고정된 가치 기준이 없어 대선 후보들의 도덕성이나 TV 토론, 당시 사회 분위기에 따라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5/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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