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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대권을 결정한다] 중년의 위기인가? 인생의 해방구인가?

[40대가 대권을 결정한다] 중년의 위기인가? 인생의 해방구인가?

성숙기로 접어든 40대, 심리적·육체적 위기의 선택의 기로에

‘인생은 40부터다.’

호기심의 10대와 20대를 지나 혈기 방장의 30대를 관통해 낸 40대는 쓰건 달건 인생의 참맛을 알 나이다. 공자는 흔들리지 않는 나이(不惑)라고 했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젊은 날의 꿈이 무너져 가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때이다. 노래방에서 즐기면서 동시에 인터넷의 증권 시세판에 신경 쓰는 나이다. 욕망과 규범이 교묘하게 공존하는 때이기도 하다.

발달 심리학은 성인 전기(청년기)인 20~40세에서 성인 중기(본격 중년)인 40~65세로 넘어 가는 과도기로 40세 전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시기 특유의 우울증, 혼외 정사, 직업 전환 등 위기적 징후를 두고 심리학은 ‘중년의 위기’라 통칭한다.


새로운 기회 만들기에 나선 40대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이미나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중년기의 시작을 38~45세로 본다. 단, 출세를 빨리 했거나 반대로 승진 경쟁에서 일찌감치 탈락했거나 아이를 빨리 낳은 사람들에게는 중년의 위기가 보다 일찍 찾아 온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중요한 점은 그 결과 유발되는 불만 불안 회의 절망 우울 신경쇠약 등이 쇠퇴의 징후가 아니라 성장의 전조라는 것이다.

중년의 위기가 새로운 기회라는 의미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점인 40대는 지금 중년이라는 더께를 벗고,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가는 세월’의 서유석, 라나에로스포의 김희진, ‘버들피리’의 김종현 등 70년대 통기타 가수들은 오늘도 밤 10시부터 중년의 부부들 앞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른다. 생일 축하 잔치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 카페촌은 중년 문화의 대명사다. 70년대 통기타의 전설 송창식을 비롯, 허송 권영욱 등 왕년의 가수들이 통기타를 메고 나와 이 시대에도 어쿠스틱 문화는 건재하다는 사실을 매일 입증하고 있다.

그 힘은 주고객층을 이루는 30대 후반~40대 손님에게서 나온다. 록시(송창식), 버클리(장계현), 벤허(이광조), 카지노(이용), 스핑크스(권인하), 블루 오페라(유열) 등 30여개에 달하는 카페들이 왕년의 스타들과 함께 길따라 올망졸망 들어 선 이 곳에서 가장 붐비는 시간은 오후 9시~11시다.

그러나 이곳은 더 이상 중년 문화의 해방구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카바레와 가라오케를 중심으로 한 뽕짝 상품으로 중장년층을 노골적으로 유혹하고 있다. 순수한 통기타 문화의 부활을 외쳤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이곳도 기존의 상업적 중년 문화에 침윤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증가 일로에 있는 얼굴 주름살 펴기 수술(보톡스 수술)은 40대가 갖는 욕망의 일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흘러가는 시간을 멈추게 하라는 것이다. 이마와 미간의 주름을 5분이면 주사 몇 대로 없앤다는 수술이다. 한국의 중장년이 보톡스 수술에 지불한 비용은 1999년 120억원에서 2001년 480억원으로 2년 사이 4배로 불었다.


복고가 아니라 문화콘텐츠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중년의 일부다. 그들은 균형을 유지할 줄 안다.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중년을 위주로 한 음악 동호회 ‘아디사모’는 그들의 얼굴 없는 문화적 욕구를 옛 매체인 LP와 첨단 매체인 DVD로 풀어 주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사랑하는 모임’이란 말을 줄인 이름에서 그들의 폭넓은 수용성이 그대로 읽힌다.

이 모임의 단골 초대 손님은 서유석 등 197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 가수들이다. 방송 진행자, 국회의원 출마 등으로 본업이 가수라는 사실을 잊어 버리고 살다시피 했던 그가 ‘아디사모’ 등 포크 마니아들의 부름으로 새롭게 살아 나고 있다.

최근 여기서 발표된 음반 ‘Friends’는 그러한 절충ㆍ통합형 문화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음악은 CD에 수록됐지만 자켓의 모양은 LP다. 그같은 외형적 특성에다 김세환 김도향 등 왕년의 통기타 가수에 남궁옥분 이정선 등 후배 가수가 동참했다는 사실은 40대 문화의 양면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40대는 복고의 이름 아래 옛 문화를 단순히 재탕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자꾸 추가시키려 한다.

문제는 중년으로 접어 들면서부터 남편과 아내의 정서적ㆍ육체적 쌍곡선이 비껴 간다는 사실에 있다. KBS1 TV의 ‘아침마당’ 등 주부 대상 TV프로의 단골 메뉴 중 하나가 ‘나쁜 남편 성토 대회’다. 얼른 생각하면 ‘나쁜’이란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이란 말과 동의어처럼 들린다. 그러나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정확히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남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40세가 넘으면 남편은 ‘일 중독증’에, 아내는 ‘사랑 중독증’에 걸린다. 다른 말로 남편은 사회나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려고 결사적으로 애를 쓰는 ‘승인 중독증’에, 아내는 남편과의 정서적 유대에 집착하는 ‘감성 중독증’에 시달리게 된다.

40대로 접어 든 남편은 왜 아내의 샤워 소리가 두려워질까? 남성은 40~55세까지 남성 호르몬이 급격 감소해 성적 능력이 하강하는 대신 이 시기 여성은 성경험이 늘어 나면서 쾌감을 중시하게 된다. 여기에 여성의 성을 터부시하던 사회적 풍토가 희석돼 여성은 성에 대해 훨씬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게 된다고 심리학은 결론 내린다.

남편과 부인이 외부든 상대방이든 의존적 성향에서 탈피, 자신 안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 교수는 충고한다. 아내가 의존성을 탈피하는 순간 그토록 고대하던 남편이 옆으로 돌아 올 것이라는 말이다.


정체성 확인하며 청년기의 삶 수정

중년기는 고비이자 전환기다. 어느 정도 안정을 이뤘다. 그동안 소홀히 여겨 왔던 욕구들이 갑자기 일시에 터져 나온다. 이 시기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과거를 재평가, 얼마나 환상에 빠져 있었던가를 볼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새로운 선택을 시험하기도 한다. 또는 과거 포기했거나 미련을 가졌던 부분들을 자신의 실제 삶에 끌어 올 수도 있다. 그것은 곧 청년기의 삶에 대한 수정 작업이다.

질풍노도의 청년기도, 쇠락의 노년기도 아니다. 그렇다고 안락과 성취와 안정에 자족하는 시기도 아니다. 자기를 둘러 싼 모든 관계에 대해 반성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반추해 볼 줄 아는 인생의 황금기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05/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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