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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특집] 16강의 감격을 의심하지 않는다

[월드컵 특집] 16강의 감격을 의심하지 않는다

월드컵이다. 아주 어릴적, 흑백 티비도 없던 시절, 우리는 영화관에서 대한뉴스의 비내리는 화면을 통해 한참이나 지난 펠레의 모습을 겨우 볼 수 있었다.

적어도 나의 기억에는 초등학교 시절 듣고 보았던 축구선수 펠레와 월드컵의 역사는 같이 시작된다. 짧은 팬티를 입고 앞뒤 짱구가 튀어나온 짧은 머리의 흑인 선수.

거기다 아랫입술 부분이 돌출된 그의 모습은 1972년 내가 서울운동장에서 그와 함께 경기를 하기 전까지 '펠레'는 사람이 아닌 환상 같은 모습으로 늘 남아 있었다.

베켄바우어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수려한 외모. 외모만큼 세련된 메너. 내가 축구선수로 이제 막 이름을 알릴 때부터 그는 나의 우상이었다.

흙탕을 뒹구는 수중전에서도 몸에 흙 하나 묻히지 않고 공을 차는 바켄바우어. 너무나 오랫동안 그를 동경하며 바라보았던 탓인지 나는 지금도 그를 만나면 묘한 긴장감을 느끼곤 한다.

이제 어느새 내 나이 50을 코앞에 둔 처지이지만 월드컵의 스타들은 지금도 나를 설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 월드컵은 세계를 동시 생활권으로 묶어놓은 미디어의 발달로 그 위력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해 졌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운동장에서 어느 선수가 태클에 걸려 소리를 지르며 넘어지면 그의 가족들은 고향의 티비 앞에 앉아 함께 소리를 지르며 같은 아픔을 느끼는 그런 세상이 된 것이다. 스타들의 발끝에서 골이 터지는 순간, 세계의 40억 축구 팬들의 뇌리에는 그의 이름이 동시에 기억되는 엄청난 힘을 월드컵은 발휘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월드컵이 우리 땅에서 열린다는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 외국의 친구들을 만날 때 마다 마치 내가 월드컵에 무슨 큰 힘이나 있는 것처럼 “한국에 오라!”고 으스대곤 한다. 또 그들은 불과 얼마전과 비교해 한국을 굉장히 가깝게 느끼고 있다.

우리가 어느 도시를 한번 가보고 나면 훗날 그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것처럼 말이다. 우리 땅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들, 그들은 지금까지의 우리 축구를 통틀어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선수들임에 틀림이 없다..

기죽지 않고 참가하는 첫번째 월드컵인지도 모른다. 온 국민이 응원을 보내고 있는 익숙하고 편안한 고향 땅에서 손님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은 나처럼 냉정한 사람조차도 그 가능성을 한껏 부풀릴 수 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홍명보 황선홍, 그리고 최용수 김병지. 유상철 김태영…정이 많이든 선수들이다. 거기다 아들놈 두리까지 있으니 이번 대표팀에 대한 나의 기대는 더욱더 클 수밖에 없다. 폴란드 미국 그리고 포르투갈 4개국씩 8개로 나뉜 조편성을 보면 보통 아주 쉽게 16강에 오를 두 팀을 골라낼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속한 조 앞에서는 그렇게 냉정할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 선뜻 한국을 그 두팀 속에 집어 넣을 수 없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나이 피구가 있는 포르투갈. 누구에게 물어도 나머지 세팀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제는 한국 폴란드 미국.

동상이몽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나는 우리의 16강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있다. 그 이유의 60%이상은 우리의 홈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 동안에도 그래왔지만 지나간 몇 차례의 평가전은 우리 선수들의 사기가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면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 것인지, 그것을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하늘을 찔렀다.

우리 팀은 어느 선수도 개인기가 돋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더 뛰고 서로 협동하면서 상대를 압박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능동적으로 한걸음 더 뛰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지와 희생정신이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공동의 목표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제 감독 히딩크는 해야 할 일은 모두 마쳤다. 지금부터는 팬들과 선수들의 몫이다. 함께 가는 것이다. 그리고 너도나도 최선을 다했다면 누구의 탓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약속이다.

차범근 MBC축구해설위원·전 국가대표 감독

입력시간 2002/05/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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