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집] 히딩크 출사표 "세계를 놀라게 만들겠다"

'원더랜드의 꿈' 실현 위한 17개월간의 담금질 끝내고 출격

2002년 6월 한국에서 월드컵 역사가 새롭게 쓰여질 것이가. 19세기 후반 제주도로 표류한 네덜란드인 하멜은 조선을 '원더랜드'로 묘사했다. 350년이 지난 후, 우리 국민의 염원인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네덜란드의 오렌지색 유니폼에서 '붉은 색'으로 바꿔 입은 거스 히딩키(56)감독이 과연 '원더랜드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강렬한 눈빛에 담긴 자신감

히딩크 감독은 5월26일 프랑스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끝으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17개월간의 담금질을 끝냈다. 그에게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조국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은 명장답게 한 치의 긴장감이나 동요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그의 눈빛에선 강력한 희망과 자신감만이 느껴질 뿐이다.

히딩크 감독은 "그 동안 16강 목표를 위해 선수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그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며 "우리가 속한 월드컵 본선 D조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체력과 짜임새 있는 조직력, 기량을 갖춘 완벽한 팀"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오히려 "이제 선수들처럼 나도 큰 무대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겠다"며 "게임은 무엇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히딩크의 이 가은 자신감은 철두 철미한 프로정신과 탁월한 지도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0년 12월 취임 일성으로 "16강 진출의 밑그림을 완성했따"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립 서비스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배타적이고 냉랭했던 주변의 시선도 잠깐. '히딩크 요법'에서 우리축구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훈련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개막 직전까지 일정을 콥니바퀴처럼 조정하는 '히딩크 요법'을 보면서 역시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그 동안 우리 팀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장단점을 완벽히 파악, 팀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왔다 그의 근성과 승부사적 기질은 훈련과 실전,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핌 베에벡 수석코치는 "히딩크는 지독히 현실주의자"라며 "16강 믿음이 없었다면 서울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율과 절도를 강조하며 선수들을 다루는 용병·용인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훈련을 게을리하면 제 아무리 스타라도 애써 외면하고 자신감이 지나쳐 '오버'하는 경우 가차없이 경고를 보냈다.


훈련중엔 히딩크에서 히틀러로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 중에는 '히딩크'가 아니라 '히틀러'라고 부를 만큼 카리스마가 강하지만, 오히려 자유롭고 즐거운 훈련 분위기를 유도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종국은 "잘못을 지적할 땐 호랑이 같지만 농담과 쇼맨십을 섞어가며 사기를 북돋을 때는 자상한 할아버지 같다"고 말했다.

16강 진출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개최국 국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응원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낳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겠다"는 히딩크 감독의 장담처럼 한국이 과연 세계 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기록할 것인가.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31 12:55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