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오대산

원시림 지나 정상에 서서 동해를 품는다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비로봉, 호령봉 등 모두 5개의 봉우리가 있다. 그래서 오대산(五臺山ㆍ1,563㎙)이다. 큰 산이다. 강원 홍천군 내면, 평창군 진부면, 강릉시 연곡면 등 3개 군에 걸쳐있다. 크지만 날카롭지 않다. 바위 보다는 흙으로 뒤덮인 육산이다. 깊고 부드러우며 친화적이다. 한국 산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오대산 산행은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남쪽 소금강과 북쪽 정상 등정 코스이다. 오대산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정상 등정 코스를 올라야 한다. 정상 등정 코스는 약식과 정식이 있다. 약식은 계곡 깊숙이 들어있는 상원사에서 최고봉인 비로봉에 올랐다가 상왕봉을 거쳐 다시 상원사로 내려오는 산행. 약 4시간 30분이 걸린다.

정식은 오대산장에서 출발해 오대산의 모든 봉우리에 올랐다가 다시 오대산장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약 11시간이 소요된다. 아쉽게도 호령봉에 오르내리는 길은 자연휴식년제가 시행중이다. 약식 산행인 상원사-비로봉 코스를 택해 본다. 단순히 오르기만 하는 산행이 아니다. 깊은 불교문화가 이 길에 가득 들어차 있다.

상원사는 원래 적멸보궁을 보필하기 위해 지어졌다. 조선의 세조가 이 절 인근의 계곡에서 병을 고친 것이 계기가 돼 이후 왕가에서 특별히 관리했다. 이제는 제법 신도가 많은 당당한 큰 절이 됐다. 깔끔하고 기세가 당당한 절이다.

상원사에는 꼭 보아야 할 문화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국보 제36호)이다. 신라 성덕왕 2년에 만들어진 종인데 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종을 보호하는 종각 안에 들어있다. 사람들이 종각의 통풍구로 동전을 던져넣는데 어떤 이들은 힘을 주어 던진다. 혹시 종이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상원사에서 약 40분을 오르면 적멸보궁이다. 거리는 짧지만 꽤 가파른 언덕이다. 적멸보궁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법당. 그래서 부처가 없고 수미단에 방석만 놓여있다. 이 적멸보궁이 자리한 곳이 한반도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 ‘이 적멸보궁 때문에 조선의 승려들이 굶지 않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후로도 계속 가파른 길을 오른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다. 길 양쪽의 숲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원시림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자연에 푹 젖는 산행이다. 약 1시간 30분. 정상인 비로봉에 닿는다.

우리 산에는 유난히 비로봉이라는 봉우리 이름이 많다. 우리 조상들은 산세의 가장 중심에 있는 봉우리를 비로봉, 혹은 향로봉이라고 불렀다. 비로봉은 오대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면서 산세의 중심에 있는 봉우리이다.

비로봉에는 산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이 있다. 돌탑을 치켜보면서 정상에 오른다. 그리고 사위를 둘러본다. 북으로는 설악산 대청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고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가 넘실댄다. 장엄하다.

하산길은 상왕봉을 거쳐 북대사로 잡는다. 상왕봉에서 북대사에 이르는 길은 가파르다. 북대사부터 나무를 운반하는 임도가 있어 쉬운 길을 택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산록을 관통하는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오대산 산행에서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은 월정사. 상원사 들어가는 초입에 있다. 강원도 전역의 사찰을 호령하는 대찰이다. 국보 제48호인 8각 9층탑과 전나무 언덕을 배경으로 한 대웅전 등 아름다운 불교 문화재가 많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입력시간 2002/05/31 13:0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