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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국가간 게임 '협상'서 이기는 방법

■ 한국인은 왜 항상 협상에서 지는가
김기홍 지음
굿인포메이션 펴냄

협상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해 진 것은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 때였을 것이다. 쌀 시장 개방은 당시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 문제가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왜 우리는 협상에서 밀리는가.

어찌해서 우리의 주장은 거의 반영되지 못하는가. IMF 체제에 진입하고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협상이 일상사처럼 되어버렸다. 제일은행과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 한ㆍ러 어업 협상, 한ㆍ중 마늘 협상, 한ㆍ불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 등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다.

이 책은 왜 한국인은 협상에서 얻어맞기만 하느냐에 대한 분석이다. 분석 틀은 게임 이론이다. 저자는 게임이론을 ‘사물과 사회를 보는 또 하나의 눈’이라고 소개한다.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뷰티플 마인드’다. 천재 수학자이자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 교수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정립한 것이 바로 게임 이론이다.

게임 이론은 협상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밑그림이라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이 이론 소개에 많은 지면을 배분하고 있다. 게임 이론은 ‘상호 의존적인 상황에서의 합리적인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이 이론은 경험 많은 할아버지와 같이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경험을 통해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처럼, 게임 이론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경험하지 않고서도 그 사건들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이론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사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협상 세계로 들어간다.

갈등에는 여러 차원이 있다. 개인과 개인간에, 사회적으로, 국가간에 갈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도 따라서 여러 차원이다. 개인간의 협상에 있어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간단하다.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제일 좋은 전략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멋있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한 협상에서는 그 사회의 협상문화가 관건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장유유서와 권위주의, 조폭 기질과 비합리성이 그 특징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사회적 갈등 해결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부가 그 같은 중재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비판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의약분업을 들어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한국이 이긴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끝난 적이 있던가. 국가간 통상협상은 이원적 성격을 가진다. 협상이 외부협상과 내부협상으로 나누어진다.

외부란 협상 상대국 대표들이 벌이는 외형적인 것이고, 내부란 협상국 내부에서 협상과 관련된 방향을 결정하는 협상을 말한다. 우리의 경우 특히 내부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UR 협상 당시 우리 농민대표가 제네바 GATT 본부 앞에서 혈서를 쓰면서 반대 시위를 했다.

이를 언론은 국제적인 추태라고 보도했다. 그것이 내부 협상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통상협상을 바라보는 언론의 짧은 안목도 문제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날카롭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유무역협정을 경제적 이해득실의 관점에서만 보았을 뿐 협상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선 쉽게 읽힌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락을 많이 나누어 평이한 용어로 간단히 설명했다. 가장 이론적이라는, 그래서 건너 뛰어도 무방하다는 게임 이론에 대한 설명 부분도 마치 강의를 듣는 것과 같다. 구어체 사용이 가져온 편안함이다. 마치 독자와 ‘협상’하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 하나 장점은 풍부한 실례(實例)다. 책 끝 부분인 5부는 구체적인 협상사례의 해석과 분석으로 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과 IMF와의 자금지원조건 협상을 다루고 있다.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빼앗긴 것 등 중간 중간에 실린 예도 흥미롭다. 다만 이 책의 제목인 ‘한국인은 왜 협상에서 지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는 것이 흠이다. 쉽게 쓸려고 해서 그랬겠지만, 이론적인 작업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2002/05/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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