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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게걸음으로 가다

■ 게걸음으로 가다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민음사 펴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소설가 귄터 그라스가 올해 2월 독일에서 출간된 신작 소설 ‘게걸음으로 가다’를 통해 독일 사회의 금기였던 구스톨로프호 침몰 사건을 화두로 던졌다.

나치의 번영과 복지의 상징이었던 구스톨로프호의 침몰사건은 1945년 피난민과 부상병을 가득 태운 빌헤름 구스톨로프(유대인 다비드에게 살해당한 나치 열성 청년 당원의 이름)호가 발트 해 연안에서 소련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4,000여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해 1만 명에 육박하는 독일인이 수장된 대참사였다.

하지만 많은 독일인들은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나치의 만행에 대한 자성과 우익 인사들이 이 사건을 자신의 이념을 정당화하고 신나치주의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고려해 암묵적으로 침묵을 지켜왔다.

저자는 이런 입장의 대변자였다. 그러면 그는 왜 이같이 민감한 소재를 다루게 된 것일까. 이 소설에는 저자 자신을 지칭하는 듯한 ‘그 노인’ ‘고용주’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죄가 너무 크고 그 오랜 세월 동안 참회를 고백하는 것이 너무나 절실한 문제였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처럼 많은 고통에 대해 침묵을 지켜서는 안 되며, 또한 그 기피 주제를 우파 인사들에게 내맡겨서도 안 된다. 이러한 태만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독일 시민사회의 정신적 위기 상황을 진단해 온 작가로선 네오나치즘이 준동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시를 체험한 지식인의 침묵이 극우파의 과장과 선동을 유발하는 미필적 고의라고 판단하고 역사적 진실을 향해 ‘게걸음’하기 시작한 것 같다. 저자의 성향이 좌파에서 중도로 바뀌고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어쨌든 나’와 빌헬름(‘나’의 아들의 인터넷 ID이며 살해당한 나치 청년당원의 이름이자 침몰한 배의 이름), 다비드(빌헤름을 살해한 유대인의 이름)란 세 사람을 통해 우왕좌왕하고 느릿하면서도 정교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5/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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