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개그 펀치] “형한테도 꼭 한번 줄께”

주고....받는다.

더 이상의 군더더기도 필요없이 간결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세상살이를 헤쳐나가는 방법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명쾌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너나 할 것 없이 주어야 할 것과 받아야 할 것을 무섭도록 깔끔하게 처리한다면 세상사에 떠도는 어떠한 잡음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한동안 정치권이 이00게이트니 최00게이트니 해서 시끄러웠다. 돈을 주었다느니, 안받았다느니 하며 주고 받음의 관계가 깨끗하지 못한 채 구린내를 풍기는 악순환을 되풀이 했다. 무슨 무슨 게이트가 식상해질 쯤 얼마전 배우 이경영이 청소년 성매매 관련 혐의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사건에 얽힌 진실이야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밝혀지겠지만 세상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주요 쟁점은 대략 두어 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이경영이 정말로 상대 여자가 미성년임을 몰랐냐는 것과 영화출연을 미끼로 성상납을 받았냐 하는 점이다.

'영화에 출연시켜줄테니까 한번 할래?' 라던지 ' 내가 한번 주면 영화배우 시켜주나요?' 등등의 대사가 연상되는 끈적끈적한 거래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여기서 주고 받는다의 깨끗하고 명쾌한 방식이 퇴색되어 버리는 것이다. 주고 받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정신적인 면을 주고 받거나 돈을 주고 받거나, 아주 까놓고 말하자면 성상납이라는 것처럼 몸으로 주고받는 방법이 있다.

연예인, 그중에서도 여자 연예인 하면 흔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성상납이다. 정말 떠도는 구름처럼 말도 많고 도대체 그 근원지가 어디인지 마음먹고 헤쳐보고 싶을 만큼 무수한 소문이 떠도는 것도 바로 '주었다더라', '요구했다더라' 하는 것들이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모 여자 탤런트를 두고 유독 말들이 많았었다. 언젠가 그녀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고있던 중에 내가 무심코 ' 하, 볼수록 예쁘게 생겼다' 했더니 연예인 A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는 것이었다.

"맞아요. 쟤 무지 착하대요."

"그래, 얼굴에 아주 착한게 뚝뚝 떨어지게 생겼잖아. 여자는 착해야 돼."

"너무 착해서 탈이지. 쟤 얼마나 착한 앤지 달라는대로 다 준대요. 자기가 크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가리지 않고 골고루 빠짐없이 다 챙겨서 준대요."

소문도 그쯤이면 참 지독하게도 났구나 싶었는데 그후로도 그녀를 둘러싼 소문은 항상 '주었다더라' '한번 했다더라' 하는 것뿐인걸 들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었다. 그녀는 대형 스캔들로 항상 소문의 중심에 서있다.

또다른 여자 탤런트겸 영화배우인 모양 역시 성상납과 관련된 소문에서 결코 빠짐없이 등장하곤 했다. 지나가가다 어깨만 닿아도 그녀에게서 뭔가를 받을 수 있다는 둥, 그녀가 아직은 인기를 얻기전인 신인 시절에 어떻게든 출연하려고 육탄공세를 펼쳤다는 얘기가 지금도 전설처럼 떠돈다.

돈이나 물질은 주고받을 때 증거로 남는게 있지만 성상납이라는게 워낙 은밀하고 증거도 안남고 또 효과가 크고 확실하다보니 자주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남자 연예인 A는 꽤 오랜 동안 무명의 세월을 견뎌냈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알아보는 연예인이 됐지만 한때는 번번이 캐스팅에서 탈락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었다. 그의 재능이 아까워서 가끔 다른 프로그램에 그를 적극 추천하곤 했었는데 한번은 엄청나게 취해서 나를 붙들고는 손가락 걸고 맹세를 하는 것이었다.

" 형, 난 다시 태어나면 꼭 여자로 태어날거야. 그래서 있는대로 다 주고 스타로 뜰거야. 그때 형한테도 꼭 한번 줄게, 알았지?"

가끔 A에게 '약속 지켜, 언제 줄래?' 하며 인기인이 된 그를 놀려먹는 작은 재미를 즐기는 요즘이지만 방송에 몸담고 있는 한 구성원으로서 난 그 모든 소문이 그냥 정말 소문이길 바란다.

옆에서 보면 안스러울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연예인에게 퍼부어지는 왜곡된 시선을 이제는 조금 교정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입력시간 2002/05/31 15:1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