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테러지원국에 재 지정

국제사회 테러 퇴치 노력에 비협조 이유

북한이 15년 연속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 미국은 5월 21일 발표한 연례 ‘국제 테러 유형 보고서: 2001년판’에서 북한과 쿠바,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7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은 1987년 12월 김현희 등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대한 항공기 폭파 사건 직후인 1988년 1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후 계속 명단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9ㆍ11 참사 직후 테러 반대 정책을 거듭 밝히고 2개의 반(反) 테러 국제 협약 가입과 함께 5개 협약 추가 가입 의사를 시사하는 등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나 돌연 중단됐으며 미국의 테러 논의 제안 등 국제 사회의 테러퇴치 노력에 협조하려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1970년 일본 항공기를 공중 납치한 일본 공산주의연맹의 적군파 요원들에게 피신처를 계속 제공하는 것은 여전히 실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며 지난해에는 제한된 양의 소형 화기를 테러 집단들에 수출했음을 시사하는 증거도 일부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한국의 대화 제의와 미국의 기본합의 개정 논의 제안을 거부했다며 기본합의 개정 논의 거부는 핵 개발과 확산 문제와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은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어떠한 실익도 기대할 수 없다’는 조지 W 부시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은 빌 클린턴 정부 당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될 가장 유망한 나라로 꼽혔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보고서에서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됨으로써 적어도 당분간은 테러지원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올 1월 국정 연설에서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의 이행 개선 논의를 비롯해 북미 대화를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핵 개발 및 확산과 연계돼 있다고 규정하는 등 북한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5월 21일 상원세출 위원회에서 “북한은 탄도탄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테러 국가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북한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은 지금까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오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또 핵무기를 획득하기에 혈안이 돼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테러지원국에 대해 각종 무기와 컴퓨터 등 이중용도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고 경제 원조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차관 제공에 반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금융기구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미국이 반대하면 해당국가에 대한 차관 제공은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제 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북한이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이들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길도 봉쇄돼 있는 상태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려면 최근 6개월 동안 테러 활동을 지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테러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하며 미국 대통령이 해당 국가의 보장을 첨부해 테러지원국 해제를 요청하면 의회는 45일 이내에 처리하게 돼 있다.

한편 보고서는 수단과 리비아가 테러와의 결별에 필요한 조치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올바른 방향의 조치들을 취했다고 평가함으로써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가능성이 가장 근접한 것으로 시사했다.

반면 이라크는 9ㆍ11 테러 규탄에 동참하기를 거부했고 미국이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집단들을 지원한 것으로 지목되는 등 가장 신랄한 비난을 받았다. 이란과 시리아는 북한처럼 국제 사회의 테러 퇴치 노력에 제한적으로 동참해 알-카에다 등을 단속하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하마스나 헤즈볼라 등과 같은 테러집단을 지원한 것으로 지적됐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31 19:20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