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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강사 한명이 학원 먹여 살려요

인기강사 한명이 학원 먹여 살려요

오빠 부대 몰고 다니는 대치동 학원강사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속칭 '대치동 학원가'. 최근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강사들의 인기가 사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이른바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스타 강사'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실력, 정보력, 유머 등의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기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들 곁에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5월1일 저녁 10시. 이른바 '대치동 학원가'주벼의 대로변으로 고급 승용차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학원에 다니는 자녀들을 태우러 온 부모들의 행렬이다. 잠시 후 수업을 끝낸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자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마중나온 부모들과 이들을 찾으려는 학생들이 얽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학원 강의가 끝나는 저녁 10시30분께 대치동 D학원 일대의 풍경이다. 한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이같은 진풍경이 연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없다. "왜 불편하지않겠어요. 매일 밤 이곳에 나와 아이를 데려가야 하기 때문에 저녁 생활은 반납한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도 웬만하면 다음으로 미루게 되죠. 그렇다고 안 보낼 수도 없고..."


소문 나면 자녀 안보내곤 못배겨

분당에서 왔다는 학부모 김모(48)씨의 말이다. 전문직 종사자라는 그는 자신의 일 얘기가 나올 때면 농담까지 섞어가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현실 얘기로 돌아오면 슬며시 꼬리를 내린다.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분당에 사는 그가 그것도 퇴근 후에 강남까지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을 타고 퍼지자 자신의 자녀를 보내지 않고서는 못 베긴다는것이다. 때문에 이곳에서 스타급 강사들의 영향력은 연예인에 버금간다.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응시 영역별로 인기 강사들의 이름을 줄줄이 꾀고 다닐 정도다.

학생들의 입에서 거론되는 인기 강사로는 L, C, Y씨(언어영역), S씨(사회탐구영역), L, H씨(과학탐구영역), K, G(외국어영역) 등이다. 이들 중에는 연예인들처럼 팬클럽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자신이 좋아하는선생님을 욕한다는 이유로 학생들끼리 수강신청을 하다 말고 우격다짐을 한 사건은 아직도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수리탐구 영역을 가르친다는 P씨는 "인기 강사 한 명이 학원 한 곳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P씨의 경우 변두리서 활동하던 무명 강사였다. 그러나 그는 학생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대치동으로 입성했다.

그는 일단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그 영향력은 대단해 진다고 말했다. 또한 학원들의 구애도 잇따르게 된다. 학원측에서는 막대한 스카우트 비용을 줘서라도 스타 강사를 모셔가기위해 안달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와 같은 어깨들이 이권에 개입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는 대치동으로 옮겨오기 전 은평구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학원들간에 경쟁이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한 학원이 조직폭력배에게 자신을 납치하도록 청부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강의를 한번 더 뛰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학생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여세를 몰아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대치동에 입성한 뒤 스타 강사로 발돋움했다.


'실력 없다'찍히면 곧바로 도태

그러나 학생들에게 찍힐 경우에도 바로 소문이 나는 곳이이 바닥의 생리다. P씨는 "강남 학원가는 소문이 빠른 편이다. 강사에 대한 평가가 섬뜩할 정도로 빨리 퍼진다. 때문에 실력이 없는 것으로 낙인이 찍히면 곧바로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외면을 당한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대치동 학원가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약육강식의 생리가 엄격히 존재하는 '정글'이기도 하다. 먹이사슬의 포식자와 생산자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인기 강사들은 먹이사슬의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언어영역을 가르친다는 L씨가 대표적인 예. 그는 자신이 학생들에게 교육 컨텐츠를 제공하는 업자일 뿐 선생님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학생들도 좋은 컨텐츠의 목마른 소비자일 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L씨가 학생들을 사로 잡는 무기는 수업 도중 간간이 터트리는 웃음 폭탄. 기존의 딱딱한 강의로는 경쟁력을 얻기가 힘들다고 판단해 진도와 농담을 반반씩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수업시간과 똑같은 설정을 한 상태에서 거울을 보며 얼굴표정이나 말투를 연습한다.

수리탐구를 가르치는 L씨는 남들처럼 제시간에 잠자거나 밥을 먹는 것을 포기했다. L씨가 강의를 끝내는 시간은 대략 새벽 1시. 그러나 하루 일과가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잠자리에 들 수는 없다. 다음날 강의를 준비하거나 학생들과의 상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자느 ㄴ시간이 오전 6시를 훌쩍 넘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부족한 잠은 주로 차에서 해결한다. 식사도 차에서 해결하는경우가 많다. L씨는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바쁜 스케줄을 맞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사회탐구를 가르치는 S씨는 아예 스케줄을 조정할 매니저를 고용했다. 그가 매니저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한 달에 500만원선. S씨는 "2시간이 넘은 강의를 끝낸 후 곧바로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며, 때문에 스케줄을 조정해줄 매니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스타강사들 1년에 15억 번다
   
이른바 '스타강사'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강사들에게 이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한다. 인터넷 과외 사이트 메가스터디의 손은진 팀장은 언론에서 지나치게 선생님들의 수익을 부각시키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자제를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루트를 통해 들려오는 이들의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대치동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강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손사탐'으로 불리는 손주은(41·사회탐구영역)씨로 알려진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그의 수입은 일년에 15억정도 물론 이 수치는 말 그대로 공식적인 액수다. 인터넷 강의료 등을 포함한 그의 기타 수입까지 합치면 액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학원가의 분석이다.

물론 모든 강사가 손씨와 같이 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웬만큼 한다는 스타 강사들의 경우 강사료만 최소한 한 달에 1,000~2,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부가적인 수입을 더할 경우 수치는 훨씬 늘어난다.

이에 대해 강사들은 상당수의 수익을 재투자하는 데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해오름'이란 별명을 가진 이효상(35·언어영역)씨는 학생들의 교재를 만들고 수업을 도와줄 연구진을 운영하는 데만 상당액이 들어간다며 일부에서 알고있는 것처럼 떼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2/05/3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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