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노는데…" 주5일 근무 대세로

금융권 7월부터 토요 휴무, 재계 우려 불구 고용창출 등에 기대

26개 금융기관과 전국금융산업노조가 5월 23일 7월 1일부터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키로 합의함에 따라 주 5일 근무제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 5일 근무제를 도입으로 신규 고용의 창출 효과와 관광ㆍ레저 산업의 활성화 및 관련 업계의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권의 주5일 근무 실시는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 답보 상태인 노사정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뱅킹 유도 등 불편 최소화에 주력

금융권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주 5일 근무제 실시를 대비해 근무시스템과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인터넷 뱅킹으로 고객을 유도하는 등 새로운 상황에 따른 각종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 기관들은 일단 토요일에 은행 문을 닫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만기일이 토요일에 겹치면 연체금이 붙지 않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전산상 조치를 취해두면 되기 때문이다. 또 어음ㆍ수표 교환과 결제일이 토요일일 경우에도 월요일로 넘기더라도 부도가 나지 않도록 사전 조율을 해두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들은 점포에 따라 수납 등 수요가 있을 경우 융통성 있게 근무시스템을 조정하고 콜센터를 활용해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기본 입ㆍ출금, 이체 업무의 경우 ATM/CD기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큰 불편이 없을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있다.

이와 함께 유흥지역, 공항, 대형 쇼핑센터 등은 지역별 수요를 파악해 탄력적인 근무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레저 부문 활성화에 대비해 관련 상품을 고안하고 있다.

각 은행별 대책을 보면 외환은행은 ATM/CD 기기를 늘리고 인터넷 뱅킹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나이트 뱅킹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흥은행은 신용카드 외에 직불카드 비중을 늘리고 여유시간 확대로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힐 것을 검토하고있다.

기업은행은 기업들에 인터넷 뱅킹을 적극 확산시킬 계획이며 우리 은행은 레저관련 수신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기업과 놀이공원, 백화점, 공항 등 휴일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불편이 없도록 근무 체제를 갖추고 사고 접수 등 민원 해결을 위해 휴일 콜센터 운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주5일 근무제 실시로 매출이 소폭 감소하고 휴일 근무 수당 등의 지출이 늘지만 경비가 크게 삭감되고 이자수익 등은 유지되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고객들은 불편 없나

각 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시스템은 월말이나 평일 오후 등 고객 이용률이 높아지는 시간대에는 처리속도가 느려질 뿐 아니라 종종 시스템 마비 현상까지 빚고 있다. 이에 따라 토요일 휴무가 이뤄지면 인터넷 뱅킹 이용률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어 지연되는 처리시간이나 이용자 폭주로 인한 시스템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 뱅킹 등 전자거래 이용자가 증가하는 만큼 이에 대한 문의도 늘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 마다 토요일과 일요일로 이어지는 연휴기간 고객 응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은행들의 휴무에 따라 토요일을 납입일로 정해 자동이체를 설정해 놓은 각종 납부금의 경우는 이체금액이 부족시 곧바로 입금을 시켜야 하지만 영업점 휴무로 인한 입금수단이 제한돼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대출금의 토요일 원리금 수납이나 토요일을 대출 희망일로 약정한 고객에 대한 대출금을 지급하는 데도 문제가 따를 수 있다.

토요일에 접수되는 예금, 카드 현금서비스 등 각종 사고에 대해서도은행권은 무방비나 다름없다. 신고 접수 후 곧바로 처리해야 할 사안들도 다음주 월요일 영업시간 개시 이후에나 처리절차에 들어갈 수 밖에 없어 기간지연에 따른 고객들의 심리적 불안감이나 업무상 불편이 예상된다.

점점 확대되고 있는 자동화기기(CD/ATM)의 고장이나 현금 부족 등이 발생할 경우, 현재의 업무시간 이후와 같이 고객들이 직접 관련 직원을 부를 수 없어 사각시간대가 훨씬 늘게 되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전자거래 기능 확대와 콜센터 업무강화 등을 중심으로 신속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각 기업들도 대책 마련 부심

각 기업들도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부분 기업들이 주 6일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토요 휴무에 들어가면 수출입 대금결제를 비롯한 주요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기업활동에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단체들은 휴일 수 축소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권 노사가 부분적인 임금보전을 해주는 형태로 주5일 근무에 전격 합의를 함으로써 기업의 주5일 근무제 도입시 인건비 상승 등의 악영향을 초래, 중소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 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기업활동의 지장만 초래에 국가경제 차원에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특히 대기업에 비해 자금사정이 어렵고 경쟁력도 취약한 중소 기업들의 경우 은행의 주5일 근무에 따른 악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그 동안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이 임금보전 여부인데 금융권의 노사합의는 사실상 임금보전을 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어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제일제당 6월부터 실시, 재계에 큰 영향

30대 기업들의 경우 재계 25위인 제일제당그룹이 6월부터 주5일 근무를 실시한다.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6월 8일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관련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연ㆍ월차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간 12회인 월차로 24주간 토요 휴무를 갈음하고 나머지 토요 휴무는 연차 1일을 토요일 2일 휴무로 대체한다는 설명이다.제일제당은 이와 관련, 연차일수가 적은 입사 5년차 이하 직원의 경우 부서장 재량으로 연 4일 이내에서 개인사정에 따라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제당그룹은 우선 모기업인 제일제당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올해 안에 28개 계열사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제일제당의 이번 결정은 재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관광업계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됨에 따라 '주말특수'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주말을 이용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체험관광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강원도ㆍ제주도ㆍ충청남도 등 지방자치 단체들도 관광객을 적극 유치, 지역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공무원 복무조례를 개정했으며 강원도는 관광안내 홈페이지를 개편할 계획이다.

휴가 최대 55일서 25일로 축소
   
52주의 토요일을 쉬는 대신 월차 12일은 임금보전을 하지 않고 연차 8일은 임금보전을 해주며 체력 단력 휴가 6일은 직급 등에 따라 조정된다.

청원휴가는 본인결혼과 부모사망 등을 제외하고는 연 3일 이내로 사용가능하며 업체 평균 연 최대 55일에서 25일로 대폭 축소된다. 또 토요 근무를 하면 대체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은 전년 총액임금의 6.5±α로 결정했다.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금융기관은 국민 조흥 우리 제일 서울 신한 한미 하나 산업 기업 수협 대구 부산 광주 제주 전북 전남 등 은행(17개)과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금융결제원 신협중앙회 우리신용카드 한국자금중개 서울외국환중개 자산관리공사 금융연수원 등과 외환은행, 농협중앙회 등 참관 기관들이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31 19:37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