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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통신시장 다 말아먹나

깜짝쇼 펼치며 KT 최대주주로 등극, 통신시장 독점 현실화 우려

국민의 정부 핵심 공약 가운데 가장 어려운 난제로 꼽혔던 것 중 하나가 11개 공기업 민영화다. 덩치도 덩치지만 공기업 노조의 엄청난 반대를 극복하고 목적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5월 25일은 임기를 10개월 채 남기지 않은 국민의 정부에게 큰 의미있는 날로 기록될 것 같다. KT가 정부보유지분 28.36%에 해당하는 주식과 교환사채(EB)를 민간에게 교부함으로써 공기업 민영화의 핵심으로 꼽혔던 KT 민영화가 사실상 일단락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시장 독점시화 및 공정경쟁 저하,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KT 지분 11.34%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부상한 SK텔레콤에 대해 정부와 KT 등은 ‘KT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어 KT민영화는 또 다른 진통을 앓고 있다.


삼성ㆍLG 뒤통수 친 SK

5월 6일 KT민영화 방안이 확정 발표된 이후 재계나 증권가, 그리고 기획예산처와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의 관심은 오로지 'KT'였다. 무성한 추측을 뒤로 한 채 모습을 드러낸 KT 민영화 최종방안의 내용은 전체 28.36%(8,857만주)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투자자에게 15%, 기관투자자 4%, 일반투자자 3.66%, 우리사주 5.7% 등으로 나눠 매각하겠다는 것이었다.

전략적 투자자 지분을 최대 15%로 제한해 소유·경영 분리라는 당초 목적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다. 다만 대기업과 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중 14.53%만 주식으로 매각하고 나머지는 교환사채(EB)로 배부하는 당근책도 곁들였다.

특히 지분 3% 이상을 취득하는 전략적 투자자에게는 사외이사추천권을 부여하겠다며 간접적으로나마 KT 경영권 참여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방침도 담겨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재계의 관심은 온통 삼성에 쏠려 있었다. '삼성이 KT민영화를 발판으로 통신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과연 SK LG 등 기존 통신 기업들이 어떻게 이를 견제하느냐에 주의가 모아졌다.

주식청약 마감일인 18일 오후, 정부와 재계는 예상외의 시나리오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삼성과 LG가 각각 1%씩의 지분을 신청했을 때만 하더라도 당초 정부 계산대로 업계의 KT 지분 황금분할은 성공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작 청약 직전까지 "KT 지분 매입에 관심이 없다"던 SK텔레콤이 막판에 전략적투자자 몫으로 배정된 주식 신청 상한선인 5%를 다 써냈다. 이 때문에 LG는 0.76%의 주식만 배정을 받게 돼 주식배정물량의 2배까지 신청할 수 있는 EB물량을 합쳐도 지분율이 2.27%에 불과해 사외이사 추천권 행사가 불가능해졌다.

특히 삼성의 경우 기관투자가의 경우 후순위 배정한다는 방침에 따라 아예 단 1주의 KT지분도 확보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을 겪게 됐다.

SK텔레콤의 ‘깜짝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식청약 직후 KT의 자사 지분 보유 수준(9.27%)까지만 지분을 확보하겠다던 말을 다시 한번 뒤집은 채 결국 주식 추가청약과 EB신청을 통해 배정된 물량 11.34%를 모두 가져갔다. SK텔레콤이 명실상부한 KT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SK 노림수는 KT경영권 장악?

SK텔레콤의 KT지분 취득은 치밀한 작전이 만들어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보력에서만은 정부를 뺨친다는 삼성마저도 철저하게 속아 넘어 갔을 만큼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던 것이다. 의사결정은 물론 자금조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채 사내에서조차 모르게 일이 진행됐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과연 SK텔레콤이 어떤 의도로 KT 지분을 확보했느냐에 집중된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분 취득 이후 "절대 KT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의 속성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통신업계는 SK텔레콤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KT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은 SK텔레콤측의 공식 발표대로 삼성 등 다른 대기업의 통신시장 진출을 원천봉쇄하고 KT와 분할하고 있는 시장 구도의 안정을 꾀한다는 목표다.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특정 기업이 KT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보일 때 쉽게 이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KT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 지분 9.27%에 따른 문제를 해소해 안정적 경영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업계는 그러나 단순히 SK텔레콤이 이같은 현실적 이유 때문에 2조원 가까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곧 장기적으로는 KT 경영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당장은 SK텔레콤의 KT경영권 장악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주주로서의 권리를 마지막으로 행사하는 오는 7월 주총 때 우선전환주 도입, 사외이사 권한 강화, SK텔레콤의 경영권 참여 등 견제책을 정관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인데다 여론도 결코 SK텔레콤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무리하게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다가는 정부는 물론 가뜩이나 불쾌해 하고 있는 다른 재벌들의 집중 견제에 갇히게 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견제가 영원히 유효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정권 교체 이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데다 지금까지 재벌이 특정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을 때 법이나 정부의 제지로 좌절된 예가 거의 없는 탓이다.


통신업계 지각변동 예고

통신업계에 SK텔레콤의 KT 최대 주주 등극은 시장 질서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메가톤급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업체가 전체 통신시장의 36%를 장악하고 있는 KT의 대주주가 됐다는 것은 자칫 특정재벌의 통신시장 독점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유·무선 부문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두 업체가 하나로 합칠 경우 그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했던 통신시장에서의 유효경쟁환경 조성은 고사하고 후발업체들을 고사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양승택 정통부 장관은 5월24일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이 KT의 2대 주주 이하로 지분을 낮추는 방향으로 양사가 갖고 있는 상대방 주식을 맞교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중수 KT 재무실장은 한발짝 더 나아가 “SK텔레콤이 맞교환을 거절할 경우 깜짝 놀랄만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역으로는 SK텔레콤의 KT지분 인수가 그동안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했던 통신 3강재편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결렬됐던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합병 논의가 조만간 재개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도 이에 기인한다.

또 LG도 데이콤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파워콤 인수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발 경쟁업체들이 합병·인수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거둘 경우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이 되기 위해선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SK텔레콤이 KT 경영권을 장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공룡이 하나의 주인을 만날 경우 이 모든 희망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정두환 서울경제 정보과학부 기자 dhchung@sed.co.kr

입력시간 2002/05/3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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