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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 ‘아래로부터’의 정치바람

[정치평론] ‘아래로부터’의 정치바람

점차 고조되고 있는 월드컵경기 분위기와 한국팀의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 분위기 때문에 우리 정치는 일단 휴지기에 들어서고 있다.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월드컵기간 동안의 여야간 정쟁(政爭) 중단이 선언되고, 대통령 아들에 대한 수사 템포가 조정되고 있는 것이 그 구체적 모습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월드컵경기 기간에 실시되는 6·13 지방자치선거 역시 세인의 관심에서 뒷전으로 밀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지방자치선거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그것은 일차적으로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여야의 기존 정당 중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지방자치선거를 눈여겨볼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지난 국민경선에 뒤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 정치의 새로운 요소가 등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지난 국민경선에서 우리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새로운 요구가 분출된 바 있다. 이인제 후보와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순식간에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과거 선거 때마다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했던 색깔론마저 한순간에 무색케 만들었던 노풍(盧風)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노풍에 뒤이어 이번 지방자치선거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우리 정치의 새로운 요소란 과연 무엇인가?

그 징후는 이번 지방자치선거에 출마할 다수의 시민적 진보적 후보의 존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전국지방자치연대, 환경운동연합, 한국청년연합회 등이나 민주노동당, 녹색평화당, 사회당 등은 이번 선거를 겨냥하여 500~600 명 이상의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등장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우리 정치의 새로운 징후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지방자치선거에서 그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장담키 어렵다. 이번 선거가 대통령 아들 비리로 얼룩진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크고, 시민적 진보적 후보의 난립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들의 등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전통적인 정치와는 뚜렷하게 다른 새로운 정치적 흐름이 이번 선거에서 분명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의 정치는 구조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자발적인 국민 참여가 배제된 '상층' 정치이자 어느 정도는 '조작'된 정치였다. 즉 독재시대에는 쿠데타로 탈취한 권력에 대한 사후 추인의 의미에서 선거가 진행됐다. 민주화 이행 이후 선거를 통한 대의(代議)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 대의 역시 지역감정에 의해 왜곡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이 같은 구태(舊態)는 유권자들의 정치의식 성장과 더불어 그것에 대한 반발이 누적되어 왔고, 그 결과 우리 정치에 대한 변화 요구는 점차 제어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이미 그 첫 조짐은 2000년 4·13총선에서 나타난 바 있었다. 즉 당시 시민운동의 낙천낙선운동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던 바, 그것은 우리 정치에 대한 변화 요구가 대중적인 차원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던 결과였던 것이다.

이미 국민경선 국면에서 분출된 바와 같이 올해에 들어 우리 정치에 대한 변화 요구는 더욱 거세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뒤바꿀 본격적인 상황이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 전망한다.

물론 그 시점이 올해가 될지, 다음 총선이 있을 2004년이 될지, 아니면 그 이후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점차 거세어지고 있는 그 바람이 언젠가는 태풍으로 나타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바람의 정체는 무엇인가? 기존의 정치가 상층 정치엘리트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된 정치였다는 점에서 그것은 기본적으로 국민 참여의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 즉 기존의 '위로부터'의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아래로부터'의 정치가 될 것이다.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한국정치

입력시간 2002/05/3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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