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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완 입 열면 누가 다치나?

타이거풀스 정·관계 로비의 연결고리, 최규선 게이트 의혹의 진원지이기도



“김희완의 입을 주목하라.”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 부시장이 구속됨으로써 그의 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씨의 입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사의 정ㆍ관계 로비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서 의혹의 실체를 밝혀줄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금까지 제기된 ‘밀항 대책설’을 비롯해 최규선씨의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측 거액 지원설 등 민감한 의혹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정계 곳곳에 인맥 구축, 로비 매개역할

김씨는 여야를 망라한 정계 곳곳에 자신의 인맥을 구축해 놓는 등 ‘마당발’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 같은 인맥을 바탕으로 최씨 및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정ㆍ관계 인사와의 매개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씨와 호형호제 하며 홍걸씨를 팔아 각종이권에 개입하고 대가를 챙긴 정황도 포착된 상태다. 더구나 김씨는 타이거풀스사의 주식 2만3,000주를 차명보유하고 있는데다 유상부 포스코 회장과 홍걸씨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로 드러나 있다.

검찰은 김씨가 최씨와 함께 작년 2월 서울 강남 C병원으로부터 경찰청의 제약업체 리베이트 비리수사 무마 명목으로 현금 1억5,000만원과 이 병원 계열사 주식 14만주(7,000만원 상당)를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특가법상 알선수재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최규선씨와 타이거풀스 등의 로비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김씨가 이권개입 대가로 챙긴 금품 규모를 밝혀내는 것보다 실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중이다. 

검찰은 5월 21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 원룸주택에 은신중이던 김씨를 검거한 이후 최규선씨를 통해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씨로부터 주식 2만3,000주를 받게 된 경위 및 로비여부 등을 3일간 집중 추궁했지만 결국 영장범죄 사실에 포함시키는데 실패했다. 

검찰은 따라서 김씨를 상대로 송씨보다는 최규선씨와 관련된 의혹을 규명하는데 더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송ㆍ최씨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있어 결국 송-최-김씨간 3각 커넥션 규명이 수사초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하다. 



대책회의ㆍ밀항권유설 등 진위 밝혀질까

이런 맥락에서 검찰은 포스코 경영연구소 고문으로까지 영입됐던 김씨를 상대로 2000년 8월 최씨가 홍걸씨를 앞세워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접촉했던 ‘`진짜이유’를 캐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홍걸씨가 포스코 관계자들을 접촉하던 시점에서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에 참가, 타이거풀스측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포스데이타가 2000년 9월말 컨소시엄에서 탈퇴, 사업을 포기하고도 2001년 4월 포스코측이 최씨의 부탁으로 계열사 및 협력업체에 TPI 주식 매각을 주선한 경위에 의혹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김씨가 4월 12일 서울시내 호텔에 은신 중이던 최씨를 접촉하고 ‘대책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미국으로 도주한 최성규 전 총경이 거론했다는 ‘밀항권유설’의 진위를 가려내는데 핵심 참고인으로 간주, 김씨 입을 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 금품수수설도 송씨 등이 “김씨로부터 최씨가 이 후보 측근에게 20만 달러 전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김씨 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1985년 이민우 신민당 총재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통일민주당과 `꼬마 민주당', 국민회의, 자민련, 한나라당 등을 전전하면서 정.관계에 상당히 폭 넓은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가 정치권 전반에 의혹을 뿌린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것도 당적을 많이 바꾼 그의 ‘카멜레온’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숱하게 당적을 바꿔가면서까지 시도한 국회의원에 대한 꿈이 좌절된 것이 결국 최씨와 어울리면서 로비와 이권에 개입하게 된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민우 당시 신민당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뒤 통일민주당과 ‘꼬마 민주당’을 거쳐 96년 국민회의, 99년 자민련, 2000년 한나라당을 전전했다. 김씨는 통일민주당 시절 3당 합당에 응하지 않고 잔류했다가 92년 14대 총선때 꼬마 민주당 후보로 서울 송파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96년 15대 총선 때는 국민회의로 간판을 바꿔 같은 지역에 재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조 순 서울시장 당시 정무부시장으로 들어가 98년 6월까지 일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 앞서 신민당 당시 인연을 맺은 무소속 홍사덕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하자 같은 해 4월 탈당했다. 이후 2000년 6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을 준비하고 있던 권노갑 전 고문의 참모로 들어가 정치적 재기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굴절된 이력이 쌓이면서 김씨의 처신과 행보가 비틀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홍걸과 재계인사 만남 등에 깊숙히 개입

검찰은 김씨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등 과정에서 최규선씨와 함께 타이거풀스의 대외활동을 맡았던 것도 이 때 알게 된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분 때문에 가능했던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해외 유명인사들을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대가를 챙긴 반면 김씨는 여야를 아우르는 국내 정ㆍ관계 인맥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홍걸씨에게 수 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S건설 손모 회장이 최씨나 홍걸씨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D사로부터 받은 돈 1억여원을 홍걸씨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김씨가 서울시 부시장 출신 답지 않게 수사초기 감쪽같이 종적을 감췄던 것도 이처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사업가들과 정ㆍ관계 인사들을 상당수 연결해줬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씨는 학교선후배 등 지인들의 도움으로 검찰 수사망을 피해 서울과 수도권 주변을 전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본격 도피생활에 들어선 4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의정부 신곡동 한 아파트에 숨어 생활을 했다. 이 아파트는 김씨와 20년 이상 친분관계를 맺으면서 한때 선거운동을 도와 주기도 했던 박모씨가 보증금 1,500만원, 월세 60만원을 내고 얻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신곡동 아파트에 은신해 있다 검찰 수사관들이 첩보를 입수, 급습하기직전 가까스로 몸을 피해 4월 29일부터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고교동창 집으로 은신처를 옮겼다. 5월 6일부터는 검거 현장인 삼전동 연립주택에서 은신해 왔는데 이 연립주택은 김씨의 대학선배 부부가 함께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도피기간에 6개의 차명 휴대폰을 갖고 사용했으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학교 선후배들의 휴대폰으로 바꿔가며 정.관계 인사들과 수시로 연락을 취했다. 지인들의 휴대폰마저 미심쩍은 경우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의 휴대폰을 빌려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가 측근 박씨와 수시로 연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 박씨를 불러 끈질긴 설득 작업 끝에 은신처를 알아냈으며 검거 현장에서 김씨 수첩을 압수했다.



검찰, 최성규 전총경 소재파악ㆍ신병확보 난항

한편 김씨와 함께 ‘최규선게이트’의 핵심열쇠로 지목 받고 있는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미국으로 도주한 이후 한 달째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최 전 총경은 최규선씨가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수 차례 청와대를 방문한 뒤 최씨가 주최한 대책회의에 참석, 밀항을 권유하고 최씨의 부탁으로 강남 C병원 리베이트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최 전 총경은 4월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홍콩으로 출국한 뒤 인도네시아 등을 거쳐 같은 달 20일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사실만 확인된 채 종적을 감춘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4월 24일 최 전 총경이 경찰청 특수 수사과에서 진행중이던 강남 C병원에 대한 의약 리베이트 수사무마 대가로 이 병원에서 설립한 벤처회사의 주식 4만주(2,000만원 상당)를 받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미국에 최 전 총경의 신병인도를 요청했다. 

검찰은 또 외교채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 법무부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 FBI에 최 전 총경에 대한 미국내 소재파악을 의뢰했으며, 경찰도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다. 

그러나 FBI는 최 전 총경 전담반까지 구성, 소재를 추적하고 있지만 신빙성있는 소재 첩보조차 입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법무부측은 미국에 연고가 없는 최 전 총경이 막연히 뉴욕에 있을 것이라는 추정만으로는 관할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최 전 총경에 대한 미국내 소재만 파악되면 긴급 범죄인 인도청구를 통해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절차상 조기 신병확보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5/3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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