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盧] 盧의 고뇌는 昌의 행복

지지도 재상승·당 투톱 체제 안착 등으로 자신감 충만

“좋을 때 일수록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고 전당직자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요즘 한나라당은 활기가 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내색하지 않는다. 이회창 후보는 2월 말 박근혜 전부총재의 탈당과 이어진 집단지도체제 수용 파문으로 당내 분란이 일어나 이후 의도적으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왔다.

최근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재상승하면서 이 후보는 대중적 이미지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그간 미뤄왔던 언론과의 인터뷰도 재개했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로 구성된 이 후보-서 대표의 ‘투톱 체제’는 요즘 톱니 바퀴처럼 손발이 척척 맞아 돌아간다. 이 후보는 서민들 사이를 찾아 다니며 자신의 귀족적 이미지를 탈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청원 대표는 당을 앞세워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일선에서 타격하는 저격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적절한 역할 분담 덕택에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후보측은 지금 상태만 유지한다면 지방선거는 물론, 8월 국회의원 보선과 12월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을 자신한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대권 교두보’ 의지 다져

한나라당은 6ㆍ13 지방선거 승리가 아직 잔존하는 노풍을 완전히 잠재우고 대선 승리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나라당은 TK, PK를 아우른 영남에서의 압승 분위기가 충청 지역으로 옮아가고 있는 데 크게 고무돼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충청권 공조가 시간을 끌며 삐걱거리면서 자연스럽게 한나라당 쪽으로 그 대세가 움직여 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현재 상태를 어떻게 유지해 가느냐가 이번 지자체 선거의 가장 큰 관심거리다.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것은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전 고문의 IJP 연합, 또는 박근혜 미래연대 대표나 정몽준 의원 등 대선 조커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영남권과 충청권의 한나라당 표를 잠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한나라당은 이들의 움직임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소용돌이에 뛰어들어 일부 세력과의 연합을 추진한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정치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여의도 연구소의 곽창규 박사는 “지난 대선 이후 이 후보는 노풍이 불던 4월 한 때를 제외하고는 40대 이상의 안정 희구 세력들로부터 30~40%대의 변함 없는 지지율을 받았고 앞으로도 큰 등락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따라서 이 후보도 그간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우선 DR 등 당내 비토 세력을 끌어안은 뒤 장기적으로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나 김종필 자민련 총재 등과의 연합을 통해 지지율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내색하지는 않지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의 보이지 않는 대선 후보 첫 대결에서 우위에 섰다고 분석한다. 이 후보측은 김영삼 전대통령에 구애 작전에서 소리없이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노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된 후 첫 행보로 YS 끌어 안기에 들어 갔다. 하지만 이 후보는 미묘한 시기에 치러진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서 YS의 측근인 서청원 의원을 대표로 당선 시킴으로써 노 후보의 정계 개편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여기에 대중 속으로 몸을 낮추는 행보를 강행, 완만하지만 지지율을 높이는데 한몫 했다.

이런 좋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측은 긴장의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측의 지지도가 변동이 없는 것은 안정된 지지세력이 있다는 장점인 동시에, 그 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이 후보는 40대 이상의 지지를 받는 ‘상수(常數)’인 반면 노 후보는 유동성이 강한 20~30대의 지지를 받는 ‘변수(變數)’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후보가 대선 기간 중 아들 병역 문제나 빌라 파문 같이 개인적인 문제가 발생해 지지도가 떨어지면 그만큼 만회가 어렵다는 얘기다.

노 후보가 개혁적이라는 신선한 이미지를 앞세워 각종 이벤트를 펼칠 경우 이니셔티브를 노 후보 쪽에 빼앗길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종구 대선후보 언론특보는 “이 후보는 이미 5년 전부터 대선 후보로서 혹독한 검증을 받아온 터라 더 이상 문제될 것은 없지만 노 후보는 아직 변수가 많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이 후보는 네가티브 전략이 아니라 이 후보 자신의 대중적이고 올곧은 포지티브한 이미지를 홍보하는 쪽으로 대선 홍보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31 20:45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