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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비리 수사는 엄정하게

군사독재 정권 시절 정부 여당은 정치적으로 곤경에 놓이면 환심을 살 깜짝 이벤트나 대북 긴장을 조성하는 식의 돌발사건을 터뜨려 국민 시선을 분산시켰다. 신문과 방송 매체 외에 신뢰할만한 언로가 막혔던 척박한 언론 현실과 우리 국민의 냄비적 특성을 십분 활용한 정치 전술이었다. 

그래서 선거철을 앞두고 유독 북한 간첩단 사건이 많이 적발되고 국제 스포츠 생사가 많았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구촌의 단일 스포츠 행사로는 최대를 자랑하는 월드컵 축구대회가 사실상 시작됐다. 언론을 통해서만 듣던 축구 스타군단이 속속 몰려오고, 한국 대표팀이 최강 팀과 선전을 펼치면서 그간 잠자고 있던 국민들의 축구 관심이 물밀 듯 터져 나오고 있다.

무늬만 '여당'인 민주당은 일찌감치 정치에서 한 발짝 물러섰고, 한창 정치 공세를 펼치던 한나라당도 여론에 떠밀려 정쟁 중단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제 국민들도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비리', '수뢰', '구속'이니 하는 제목보다 '16강 진출 유력' 같은 축구 기사를 보고 싶어 한다. 지난 2년여 간 권력형 유착 비리에 식상해 있던 국민들은 이제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속 시원한 기사를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실정은 그렇지 못한가 보다. 5월25일 정쟁 중단을 선언했던 한나라당은 하루만인 26일 김 대통령 차남 홍업씨 소환을 월드컵 대회 이후로 미룬 데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이 검찰을 동원, 뒤통수를 쳤다"고 맹비난했다. 

서청원 대표는 "권력비리 규명 요구는 정쟁이 아님을 분명히 했는데도 검찰이 정쟁 중단 선언을 악용했다"며 "수사가 지연될 경우 정쟁 중단 선언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아무리 월드컵이 중요한 행사라도 나라를 뒤흔든 범죄까지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27일 대검을 항의 방문하고 홍업씨의 조기 소환을 촉구했다.

검찰이 마치 한나라당의 정쟁 중단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 차남 수사를 이처럼 신속히 뒤로 미룬 것은 우스운 일이다. 비리 수사는 한나라당의 말대로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법과 질서는 스포츠 행사로 미뤄질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고 세계인의 축제 기간 중에 정쟁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제스처도 다소 과장돼 보인다. 법 집행은 제대로 되도록 감시하되 국민적 축제는 함께 동참해 성원해 주는 성숙한 정치를 보고 싶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5/3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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