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뒤집어 읽는 한국고대사 - 신라의 역사 1, 2

■ 신라의 역사 1, 2
이종욱 지음.
김영사 펴냄.

‘외세(중국 당나라)를 끌어들여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를 반민족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시에는 민족이란 관념이 없었다. 발해를 한민족 역사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 발해에 고구려 유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조영 등 발해의 건국주체는 말갈족이었다.’

이 책은 한국 고대사에 관한 정설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파격적인 연구성과를 담고 있다. 그것도 재야사학자가 아닌 정통 한국사 연구자인 이종욱 서강대 사학과 교수가 제기했다.

이 교수는 “이 책은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새롭게 읽은 신라의 역사”라며 “이를 위해 사료를 새롭게 해석하고 인류학 고고학 사회학의 연구성과와 그 이론을 통하여 비교사적인 관점에서 인류학자들이 현장조사를 하듯 신라의 역사를 생생하게 살려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먼저 민족과 실증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한국 역사학계의 연구자세와 방법론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외세는 악(惡)이고 한민족은 선(善)이란 편협한 민족주의가 일종의 선입견으로 작용해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나라와 연합한 신라를 마치 20세기의 친일파인양 몰아세우고 발해를 한민족 역사에 편입시켜 한민족 역사의 외연을 무리하게 확대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한국 고대사학계가 여전히 식민사관의 변형으로 도입된 실증주의의 함정에 빠져 김부식의 ‘삼국사기’ 대신 중국의 정사(正史)인 ‘삼국지’ 중심으로 신라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결과 국가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내물왕 이전의 역사적 사실과 사건이 은폐ㆍ말살됐다고 주장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책답지 않게 친절하고 재미있게 꾸며져 있는 점이다. 사진과 도판도 풍부하게 실려 있다. 물론 이 교수의 연구성과가 학계에서 수용되려면 많은 토론과 논쟁을 거쳐야 할 것이고 심지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통설에 갇힌 한국고대사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입력시간 2002/06/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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