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서비스업 호황의 함정

한 나라의 경제는 항상 무수한 주체가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매우 복잡 다단하다. 그래서 이런 복잡한 경제현실을 국민총생산이라는 개념을 세워 계량화하는 기틀을 마련한 경제학자가 그 공헌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적이 있다.

한 나라의 경제활동 규모를 측정하는 데는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 하나는 일정기간 내에 경제를 구성하는 가계, 기업, 정부, 해외부분의 지출을 합하여 계산하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일정기간 내에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공급자들이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값을 더하는 것이다.

총 경제규모는 지출의 합으로 재든 생산의 합으로 재든 동일하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한 반의 학생수를 파악할 때 남학생수와 여학생수를 합하는 것이 한 방법이고 안경을 쓴 학생의 수와 안쓴 학생수를 합하는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는 각종 기초 통계자료가 모아지는대로 지출이나 생산 지표를 월별, 분기별로 발표한다. 전체적인 경제의 모습을 판단하는데는 분기마다 발표되는 국민총생산 자료가 제일 정확한데 이 발표는 시차가 많아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데 시의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각종 지표에 크게 의존하여 현재를 파악하고 향후 추세를 예견한다.

요즘 다양한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있지만 경기흐름에 대한 일관적인 해석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종합해보면 소비와 건설 투자는 좋은데 수출과 설비 투자는 그저 그렇고, 서비스업은날고 있는데 제조업은 기어가고 있다고 한다.

일견 혼란스런 이런 모습은 경제가 작년과 같은 침체기를 겪고 나서 회복될 때 흔히 보이는양태이다. 하지만 경제 지표에 관심이 높은 것은 향후 우리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좀더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알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는 서비스업의 빠른 회복세이다.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서비스업 증가세의 지속성 여부는 수출이나 설비투자의 회복 정도 못지 않게 향후 우리 경제의 회복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우리 서비스업의 성격상 제공되는 용역이 국내에서 대부분 소비된다고 볼 때, 서비스업 증가세의 지속은 소비증가를 앞세운 최근 내수주도형 경기회복 지속을 가능케 할 중요한 조건이다.

작년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서비스업 호황은 같은 기간에 있었던 민간소비의 증가와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지속여부가 불투명한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우선 서비스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개별 업종 중 어떤 부문이 작년 4/4분기 이후 서비스업지수 증가에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금융보험관련 서비스업, 통신업, 오락 및 운동관련산업, 자동차판매업, 의료업, 부동산업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이중 통신업을 제외한 부문의 증가는 일회성 특수요인들이 크게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금융버험관련서비스(증권거래업)는 올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주식시장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며 부동산업은 올해 초 나타났던 부동산거래 호황에 기인한 바가 크다. 아울러 자동차판매업의 호조세는 작년 12월부터 소비진작책의 일환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된 자동차판매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판매 급증에 기인한다.

이런 세금 감면은 이번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원래 계획인데 설령 하반기까지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효과가 얼마나 클지 의문이다. 의료업은 작년에 실시된 의약분업 이후 진료비 인상 효과에 따라 작년 하반기부터 빠른 증가세를 보여 왔다.

마지막으로 오락 및 운동관련산업은 이번 월드컵효과가 기여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모두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처럼 증가할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최근 서비스업 호황은 주식 및 부동산 거래 호조 등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와 소비증가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어서 향후 경기활성화의 독자적인 원동력을 제공할 지는 의문시된다.

특히 하반기에 소비와 주가 증가세가 둔화되고 부동산 가격 아정세가 지속된다면 서비스업의 호황도 가시적으로 둔화될 전망이고 설령 하반기에 수출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소비를 위시한 내수부분이 둔화되면 서비스업 즈가세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시점에서 보아 경기가 급등할 가능성이 적다는 말이 된다.

허찬국 한국경제 연구원,거시경제 연구센터 소장

입력시간 2002/06/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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