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지칠줄 모르는 ‘食貪’

미도파 이어TGI프라이데이도 인수, 유통·외식산업 '지존' 굳히기

롯데백화점이 미도파를 전격인수함에 따라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그렇잖아도 유통‘공룡’이니 ‘지존’이니 하는 소리를 듣는 롯데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미도파 3개 점포를 인수하고 독주체제 굳히기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법인명 롯데쇼핑)은 지난달 열린 미도파 매각을 위한 입찰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훨씬 많은 5,000억원대(5,300~5,400억원으로 추정)의 인수대금을 적어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같이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는 롯데와는 차이가 큰 4,000억원대와 2,000억원대의 인수대금을 써 내 롯데의 공세에 두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롯데는 자산부채실사 채무상환협의 등을 거쳐 8월쯤 미도파 인수를 마무리짓게 된다.


유통업계 리더 확고히 다지는 계기

상계점 메트로점 청량리점 등 3개 점포를 보유한 미도파를 인수하게 되면 롯데백화점 신세계 현대 등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유통업계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된다.

지금도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납품업체나 입점업체에게 횡포를 부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롯데가 영향력을 더 확대하게 돼 부작용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해 6조8,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이는 신세계나 현대보다 1조5,000억원~3조원정도 많은 규모이다.

롯데가 미도파를 인수하게 되면 매출증대효과는 7,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미도파 3개 점포는 올해(2001년 7월 2002년 6월)4,5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롯데의 자금력과 유통망이 가세할 경우 매출이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배후로 하고 있는 미도파 상계점의 경우 롯데의 유통노하우가 결합하면 큰 폭의 매출신장이 기대된다.

또 영패션타운이나 명품관 면세점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 메트로점,할인점이 유력한 청량리점 등도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 오픈할 경우 롯데백화점의 파괴력을 한층 강화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행보가 재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백화점 할인점 뿐만 아니라 유통업과 관련된 산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17개의 백화점과 27개의 할인점을 보유하고 유통지존으로 군림하는 외에 편의점사업에서도 선두주자다.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12월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븐일레븐 1,000호점을 내며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롯데는 미도파인수로 업계를 긴장시킨지 불과 1주일도 안된 지난달 28일에 국내최대 패밀리레스토랑인 TGI프라이데이스를 501억원에 인수하며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단숨에 국내최대의 외식업체로 급부상한 것이다.인수자금은 롯데호텔 201억원,롯데쇼핑 200억원,롯데리아가100억원을 부담한다.

롯데의 외식시장진입에 대해 동양 제일제당 등 경쟁사들이 바싹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이미 국내최대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를 운영중인 롯데가 패밀리레스토랑시장까지 평정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롯데가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TGI프라이데이 매장을 내고 자금을 지원하는 전략으로 나올 경우 경쟁사들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독주를 지켜봐야 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카드업 진출, 준비 홈쇼핑 사업에도 군침

롯데는 유통업에 머물지 않고 관련산업으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신용카드업이다.롯데는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을 중심으로 카드업진출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사업신청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카드회원을 그대로 신용카드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진입이 손쉬울 것으로 판단된다.

새로운 유통채널로 급부상한 홈쇼핑사업 진출에도 집착하고 있다.롯데는 지난해 신규홈쇼핑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지만 여전히 홈쇼핑사업에 대한 의욕을 꺾지 않고 있다.그룹 인사들은 한결같이 “어떤 식으로든 홈쇼핑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TV홈쇼핑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롯데’라는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안방을 공략하면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유통과 불가분의 관계인 물류업 진출에도 신중한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물류업 진출은1,2년전 활발히 추진하다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든지 수면위로 부상할 수 있는 사안이다.

국내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기반으로 해외진출도 모색중이다.‘러시아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1997년 러시아현지법인 L&L을 설립하고 크레믈린궁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모스크바 중심지에 이달중 23층 규모의 빌딩을 착공한다.이중1~4층이 백화점이다.

롯데의 유통확장 전략에는 신격호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다.신 회장은 ‘유통·관광전문’이라는 그룹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유통업에서의 우월적지위를 이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적극 진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이번 TGI프라이데이스 인수건도 지난해 신회장이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든든한 재무구조, 유통왕국 위한 공격경영

롯데가 유통왕국을 향해 쾌속질주하는 배경에는 든든한 재무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롯데31개 계열사의 지난해말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75%로 30대 그룹 중 가장 낮다.계열사들이 거의 대부분 오랫동안 자산재평가를 받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실제 재무구조는 훨씬 더 탄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롯데백화점도 장부상 부채비율은 180%선이지만 자산재평가를 하면 획기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계열사 대부분이 현금을 직접 벌어들이는 소비업종이라 현금동원력도 뛰어나다.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은 경기를 타지않고 꾸준히 현금을 벌어준다.롯데백화점의 경우 사내유보금이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롯데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들은 최고등급의 신용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회사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 투자예정인 1조5,000억원의 상당부분을 내부유보금으로 조달할 정도로 자금부문은 걱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왠만한 인수합병건이나 신규사업자 선정에는 롯데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다.백화점업계의 한 사장은 “롯데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펼칠 경우 경쟁업체들은감당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롯데그룹의 행보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롯데호텔 노사 갈등 "또 국제망신 당할라"
   
롯데 호텔 노사가 해고자 복직문제 등을 놓고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노사 양측은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 해고자 복직 △ 성희롱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 근로조건 개선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협상을 벌여 왔으나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했다

양측의 가장 큰 쟁점은 해고자 복직 문제인데 노조는 2000년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5명의 복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해고자 복직 절대 불가' 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협상에 진전이 거의 없어 쟁대위를 구성했다"면서 "대의원 대회에서 본격적인 투쟁 방침을 논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는 "노조와 계속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서 "노조가 현재 파업 등 투쟁을 경고하고 있으나 회사로서는 해고자 복직문제를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공식 후원호텔일 롯데호텔은 현재 전국 10개 경기장, 32경기의 모든 연회행사는 물론 VIP고객 및 자원봉사자(총17만8,400명)의 음식과 서비스를 전담 제공하고 있다.

롯데 호텔은 2년전 74일간에 걸친 파업으로 인해 노조원 1,200여명 강제연행이라는 호텔 업계사상 초유의 사태를 낳았으며 특히 객실과 식당, 백화점 내 면세점 영업중단으로 수 백억원의 매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장학만 기자

 

 

백광엽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팀 기자 kecorep@hankyung.com

입력시간 2002/06/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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