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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르는 신용카드

각종 범죄 유발하는 카드 빚, 신용대란의 원흉

“누군가 내게 말했지, 이번만은 연체료를 갚을 수 있도록. 내게 겁을 주는 나의 00카드야.” (LG카드 광고 패러디) “내 남편이에요. 능력 없는 사람이죠. (남편이 뭔가를 펼쳐보인다. 카드연체 경고장이다) 여자를 놀랠 줄도 아는 남자죠.”(삼성 카드 광고 패러디)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카드 광고 패러디다. 패러디는 카드발급 남용과 무절제한 카드사용을 비꼬는 수준을 넘어선다. “열나게 연체한 당신, (갚을 수 없다면) 떠나라”는 현대카드 광고 패러디는 죽음을 부르는 카드사용의 세태를 꼬집고 있다.


일그러진 한국의 신용사회

신용카드 1억장 시대에 살고 있다. 1999년 3,800만장에 불과했던 신용카드 발급매수는 지난 해 말 9000만장, 올 5월 현재 1억장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갓난 아이부터 80대 노인까지 국민 4,700만 명 모두가 각각 2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꼴이다. 카드 이용 금액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99년 약 90조원이던 카드 이용 금액이 지난 해 말 400조원으로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약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급카드 숫자와 카드 매출 규모만을 보면 한국은 명실공히 ‘신용사회’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현금결제를 대신하는 신용카드 사용은 한 사회의 투명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다. 신용카드 이용 확대는 소득파악의 투명성을 높이고 각종 세원을 발굴, 세금 징수를 늘리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신용사회는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명한 신용사회’가 아니라 ‘빚으로 살라고 권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보고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중 신용카드 회사의 현금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의 61조5,344억원에 비해 62.7%나 증가한 것이며, 이 기간 중 카드사 매출액 대비 현금대출 비중은 63.8%로 지난 연말 60.3%보다 높아졌다. 신용카드는 이미 현금결제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닌 현금대출카드로 변질 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신용카드가 범죄의 대상

상당수의 사람들은 ‘신용카드’라는 단어에서 각종 범죄와 죽음을 연상한다. 실제 신용카드 빚 때문에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고, 신용카드 자체가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4월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여성 5명 연쇄 살인’사건은 엽기적이었다. 범인들은 살해한 여성들을 승용차 뒷좌석과 트렁크에 실은 채 태연하게 운전하고 다녔다.

범인 허모(25)씨와 김모(29)씨가 5명의 생명을 앗아가면서 얻은 것은 현금 15만원과 신용카드로 인출한 240만원. 최소한의 상식과 도덕을 여지없이 뭉개버린 이 사건의 범행동기는 어처구니없게도 신용카드 연체대금 800만원. 허씨는 “연체된 신용카드 빚을 갚으려고 범행했고 신고가 두려워 살해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대금 연체의 압박이 연쇄 살인으로 귀결된 것은 이 뿐만 아니다. 4월 경기 수원 남부경찰서에 붙잡힌 3인조 연쇄 강도 살인범도 7명의 목숨과 함께 빼앗은 돈으로 밀린 신용카드 대금을 갚거나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군부대 총기 탈취, 총기 은행 강도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범행동기도 주범 유모(23ㆍ대학생)씨가 할부로 구입한 승용차 대금과 카드 연체로 진 빚 1,500만원이었다.


신용불량자 “신용카드가 무서워요”

신용카드 빚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부추기고 있다. 4월 5일 대구 수성구 모 아파트뒷길에서 40대 주부가 어린 딸(7살)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1월 남편과 사별한 뒤 생활이 어려워 신용카드를 사용해왔던 주부 장모(40)씨는 3,000만원에 달한 신용카드 연체 대금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딸과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또 많은 사람들이 무책임한 카드 발급과 빚 독촉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실업자 김모(31ㆍ대전)씨는 지난 해 가을 길거리에서 카드가입 권유를 받았다. 카드 모집인은 실업자라는 김씨의 말에도 “괜찮다”며 A사의 카드를 발급해줬다.

신용카드로 생활비와 어머니 약값으로 400만원을 사용한 김씨는 “취직을 해 빚을 갚으려 했으나 이제는 신용불량자가 돼 취직도 안되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전세 방 한 칸을 내주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제 어머니와 함께 죽는 길 밖에 없다”며 “불법으로 카드를 만들어준 카드사는 왜 책임이 없고 저만 책임을 져야 합니까? 억울합니다. 정말로 너무 억울합니다”고 절규했다.

5월 현재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약 110만 명. 1,000만원 이상 현금대출을 안고 있는 잠재적 신용불량자는 53만 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 추가로 이뤄질 경우 경제활동인구의 10% 안팎인 200만 여명이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카드 빚 이제 그만!

연쇄살인, 자살 등 카드 빚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잇따라 터져 나오자 시민단체가 신용카드 개선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4월 9일부터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과중채무자 갱생대책 등을 중심으로 한 ‘스톱 신용카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온라인 캠페인 사이트(www.stopcard.net)를 개설, 수수료인하를 촉구하는 네티즌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소비자 핫라인’(02-723-5303)을 설치, 불법 카드 발급, 부당한 채권추심 등에 대한 각종 피해제보 접수 및 고소고발, 집단소송 등 신용카드사를 상대로 한 법률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신용카드 개선 8대 종합대책으로 △엄격한 발급기준 적용 △수수료 30% 인하 △불법 채권추심행위 근절 △신용불량등재기준, 절차의 개선 △신용불량자에 대한 갱생대책 수립 △신용카드 표준약과 제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연대 박원석 시민권리국장은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각 개인이 신용카드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이라며 △소득을 초과해 카드를 사용하지 말 것 △급전이 필요할 경우 신용카드보다 은행의 소액대출을 활용할 것 △연체가 발생하면 소득범위 내에서 최대한 빨리 갚아 나갈 것 등을 조언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입력시간 2002/06/0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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